스위프트 '해리스 지지' 선언…"난 아이 없는 캣 레이디"(상보)

트럼프-해리스 첫 TV토론 직후 선언…공화 부통령 후보 '말실수' 재소환
팬들에 토론 시청·유권자 등록 권유…트럼프 '배은망덕' 경고 안 먹힌듯

미국의 유명 팝 가수 테일러 스위프 (34·여)가 10일(현지시간)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투표하겠다고 밝혔다(인스타그램 'taylorswift' 갈무리). 2024.09.10.

(서울=뉴스1) 김성식 조소영 권영미 기자 = 미국의 유명 팝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34·여)가 11월 미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투표하겠다고 선언했다. 전 세계 투어 콘서트를 열 때마다 지역 경제를 부양해 '스위프트 노믹스'란 신조어를 만들었던 만큼 스위프트의 지지 선언이 56일밖에 남지 않은 이번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스위프트는 미국 ABC 방송 주관으로 해리스와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 첫 TV 토론이 열린 10일(현지시간)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2024년 대선에서 카멀라 해리스와 팀 월즈(미네소타 주지사) 팀에 투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해리스에게 투표하는 이유는 그가 (시민들의) 권리와 대의를 위해 싸우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십 년 동안 성소수자의 권리와 시험관 아기 시술, 여성의 몸에 대한 권리를 옹호해 온 월즈를 자신의 러닝메이트로 선택한 그(해리스)의 선택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스위프트는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오늘 밤 나도 토론을 시청했다"며 아직 토론을 보지 않은 자신의 팬들을 향해 "후보자들의 입장을 조사할 수 있는 기회"라며 시청을 권유했다. 또한 대선에서 투표하려면 유권자 등록을 마쳐야 한다며 관련 사이트를 링크로 게재하기도 했다. 지지 선언을 결심한 배경으로는 자신이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가짜 인공지능(AI) 합성물이 지난달 트럼프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게재됐던 사건을 거론하며 이에 대한 유감의 뜻을 드러냈다.

스위프트는 이날 해리스 지지를 선언하며 고양이를 안고 있는 사진을 함께 게재했다. 또한 자신을 "자식이 없는 '캣 레이디'(cat lady)"라고 지칭하며 글을 마무리했다. 캣 레이디는 고양이를 기르는 중년의 독신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트럼프의 러닝메이트인 J.D 밴스 상원의원(공화·오하이오)이 3년 전 해리스를 향해 사용했다가 최근 공화당 부통령 후보 지명을 계기로 뒤늦게 알려져 역풍을 맞았다.

10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州) 필라델피아의 국립헌법센터에서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간 첫 TV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2024.09.10 ⓒ 로이터=뉴스1 ⓒ News1 윤주현 기자

스위프트는 유명한 애묘인으로 고양이 세 마리를 키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 더힐은 이날 사진에 나온 고양이는 세 마리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벤자민 버튼'으로 지난해 미 시사 주간지 타임이 스위프트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을 때 공개했던 화보에 출연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밴스는 2021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여성임에도 이혼한 남성과 결혼해 아이를 낳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를 '나라를 망치는 캣 레이디'라고 몰아붙였다. 이러한 사실이 지난 7월 공화당 전당대회를 전후로 재조명되자 당시 해리스 부통령의 남편인 더글러스 엠호프의 전처가 직접 등판해 "카멀라에게 자식이 왜 없느냐"며 자신의 아이들이 10대일 때부터 두 남매를 직접 길러준 사람이라고 해리스를 두둔했다.

여기에 해리스의 의붓딸도 자신의 계모를 좋은 사람이라고 감싸면서 밴스를 향한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다. 결국 밴스 의원은 지난 26일 한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해 자신은 해리스가 아닌 반(反)가족적인 민주당을 비판한 것이라고 해명해야 했다. 이후 민주당은 캣 레이디란 표현을 밴스의 말실수와 여성에 대한 편견을 상기하는 소재로 반복적으로 사용했는데, 스위프트도 이날 비슷한 목적으로 관련 표현을 재소환한 것으로 풀이된다.

스위프트의 민주당 대선후보 지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0년 대선에선 재선에 도전하는 트럼프를 향해 "백인 우월주의와 인종차별의 불을 지폈다"고 비판하면서 조 바이든 후보를 지지했다. 정치적 파급력도 막강하다. 지난해 9월 '전국 유권자의 날'을 맞아 스위프트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유권자 등록을 독려하며 관련 사이트를 게재하자 이곳에서만 3만5000건의 유권자 등록이 이뤄졌을 정도다.

이를 의식한 듯 트럼프는 올해 대선 레이스 내내, 지지 후보를 밝히지 않은 스위프트를 향해 견제구를 날려 왔다. 트럼프는 지난 2월 슈퍼볼(미식축구 리그 NFL 결승전) 시작 직전 소셜미디어를 통해 스위프트가 당시 민주당의 유력 대선후보였던 바이든 대통령 지지 선언을 할 경우 '배은 망덕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스위프트의 남자친구인 트래비스 켈시 NFL 선수가 결승전에서 우승하면 스위프트가 경기장에서 특정 대선후보를 지지할 거란 소문이 나돌았지만, 소문에 그쳤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8월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미국의 유명 팝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가 자신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가짜 인공지능(AI) 합성물을 게재해 논란을 샀다(트루스 소셜 갈무리). 2024.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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