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캐나다서도 슬리퍼 신고 술 사러 간다…편의점 주류 판매 시작[통신One]

온타리오주 편의점 4000여곳서 주류 판매하기로…재활용·가격 상승 우려도

기존에는 캐나다에서 술을 구매하려면 정부가 운영하는 주류통제위원회(LCBO)나 특정 주류 판매점에서만 가능했다. 온타리오주에서는 편의점과 마트에서도 일부 술을 판매하는 정책을 시행한다. /2024.09.04/<출처: Convenience Store 홈페이지>

(멍크턴=뉴스1) 김남희 통신원 = 캐나다에서 살다 보면, 파티 중 가장 큰 낭패는 술이 떨어지는 일이다. 우리나라처럼 언제든지 가까운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술을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설령 편의점이 있다고 해도 술을 파는 곳은 거의 없다.

대부분의 주에서는 술을 구매하려면 반드시 정부가 운영하는 주류 통제위원회(LCBO) 같은 곳을 찾아야 한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술을 살 수 있지만, 늦게까지 문을 여는 것도 아니고, 집 근처에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불편하다. 게다가 일부 주에서는 특정 식료품점에서 맥주나 와인 정도는 살 수 있지만, 그마저도 엄격한 규제가 따른다.

그래서 캐나다 사람들에게는 집에 술이 떨어지지 않게 쟁여두는 것이 마치 곳간에 쌀을 떨어뜨리지 않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술을 사고 싶을 때 언제든지 편하게 살 수 없으니, 미리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제 온타리오주에서는 이 모든 번거로움이 크게 줄어들었다. 온타리오주의 음주자들에게 9월 5일(현지시간)은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다. 오늘부터 전역의 4000개 이상의 편의점에서 술을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결정은 더그 포드 총리가 2018년 선거에서 약속한 주류 판매 확대의 하나로 이루어진 것이다. 이제 온타리오 주민들은 가까운 편의점에서 맥주와 와인, 그리고 간편하게 마실 수 있는 칵테일을 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새로운 정책에 따라, 편의점에서는 맥주, 와인, 그리고 즉석음용음료(Ready-to-Drink·RTD) 칵테일을 제공하며, 소규모 생산자가 만든 주류 제품을 일정 비율로 포함해야 한다. 맥주·사이다·즉석음용음료 칵테일의 경우 선반에 있는 제품의 20%는 소규모 사업체에서 생산한 것이어야 하며, 재고된 와인의 10%는 소규모 와이너리에서 생산된 것이어야 한다. 이러한 조치는 지역 사업체를 지원하고 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편의점에서 술을 구매하는 것은 물론, 알코올을 판매하는 직원은 18세 이상이어야 하며, 교육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매장에서는 19세 미만의 사람에게 술을 판매할 수 없으며, 미성년자로 보이는 사람이 있으면 신분을 확인해야 한다. 이러한 규정은 술의 책임감 있는 판매를 보장하기 위한 조치다.

온타리오주에서 술을 판매하는 편의점은 이미 '주류 통제위원회'로부터 주문을 받고 있으며, 9월 2일 현재 4180개의 편의점이 허가를 받았다. 그중 307개는 토론토에 있다. 그러나 새로운 정책에 대한 기대와 함께 우려도 존재한다.

일부 환경 옹호자들은 편의점에서 빈 병과 캔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이 부족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많은 편의점에서 재활용 시설이 부족하거나, 빈 병과 캔을 처리할 수 있는 적절한 장비가 갖춰져 있지 않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이 빈 용기를 적절히 처리할 장소를 찾기 어려울 수 있으며, 재활용률이 낮아져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대형 식료품점들은 재활용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전체 재활용 시스템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주정부는 '비어 스토어(The Beer Store)'가 2031년까지 재활용 프로그램을 계속 운영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편의점에서 재활용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드는 비용과 공간 부족으로 면허 신청이 지연되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

이번 조치는 온타리오뿐만 아니라 캐나다 전역의 주류 판매 문화에 변화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많은 사람이 이 변화가 주민들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제공하고, 주류 시장의 경쟁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동시에, 규제와 책임 있는 판매에 대한 중요성도 함께 강조되고 있다. '온타리오 알코올 위원회'는 앞으로도 편의점과 식료품점이 규정을 준수하도록 엄격한 모니터링을 계속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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