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을 음미하고 풍경에 취하는 캐나다 와이너리에서의 힐링[통신One]

캐나다 각지의 기후와 역사에 따라 특색 있는 와이너리
와인 제조 과정 워크숍과 소믈리에 교육, 커뮤니티 모임 활성화

1860년대에 만들어진 와이너리의 창고이다. 겉모습만 깔끔하게 페인트 칠을 했고 내부는 예전 모습 그대로이다. 이곳에서 와인을 마시며 커뮤니티 모임을 갖는다. 2024.08.26/ ⓒ 뉴스1 김남희 통신원

(멍크턴=뉴스1) 김남희 통신원 = 유럽인이 정착한 캐나다는 그들이 준 여러 가지 선물 중 하나로 와인을 꼽을 수 있다. 와인은 유럽의 오랜 전통과 문화의 산물로, 캐나다의 와인 산업은 이들 유산을 바탕으로 발전해 왔다.

캐나다의 와인 역사는 1860년대에 시작되었으며, 유럽의 와인 제조 기술과 품종이 새로운 대륙에서 자리를 잡게 된 계기가 되었다. 유럽에서 유래된 와인 제조 기술과 품종이 캐나다의 자연환경과 만나 독특한 캐나다 와인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이는 캐나다의 풍부한 와인 문화와 유산을 형성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캐나다의 광활한 영토만큼이나 와이너리 문화도 지역의 기후, 역사, 사회적 요소들이 어우러져 독특하게 형성되었다. 이 문화는 지역마다 다양한 특징을 나타내며, 와이너리들은 지역 특성에 맞는 독창적인 와인을 생산하며 캐나다의 와인 문화에 풍부한 다양성을 더하고 있다

오카나간 밸리에서는 그 지역의 기후와 토양 덕분에 깊고 복합적인 풍미를 가진 품질 높은 레드와 화이트 와인이 생산된다. 나이아가라 반도는 아이스와인으로 유명하며, 서늘한 기후가 이 독특한 와인의 완벽한 숙성을 돕는다. 프린스 에드워드 카운티 또한 독특한 와인을 생산하는 지역으로, 지역 특유의 기후와 토양이 와인의 맛에 깊이를 더한다.

많은 캐나다 와이너리는 가족 소유의 농장과 연결되어 있다. 이들 와이너리는 농업과 와인 제조를 결합하여 지역 사회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으며,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을 생산한다. 이에 따라 가족 운영 와이너리의 독특한 전통과 품질이 유지되고 있다.

그래서 캐나다의 와이너리는 관광지로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많은 와이너리에서는 와인 투어와 시음, 제조 과정 설명 등 다양한 관광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방문객들은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고, 와인과 지역 음식을 함께 즐길 기회도 제공된다.

1860년대 와인 창고를 커뮤니티 룸으로 사용한다. 미리 예약을 하면 단체 모임을 가질 수 있고 색다른 분위기에서 사람들과 모임을 즐길 수 있다 2024.08.26/ <출처 마그넷힐 와이너리 홈페이지>

캐나다의 와이너리들은 지역 축제와 행사에도 적극 참여한다. "와인 앤 드인 페스티벌"과 같은 행사에서는 지역 와이너리들이 자랑하는 와인과 음식을 소개하며, 지역 사회와의 교류를 강화한다.

내가 사는 곳에도 와이너리가 여러 곳에 있다. 요즘 태양의 고도가 기울며 포도가 무르익기가 한창이다. 동네 언덕 위에 위치한 와이너리를 보며 늘 동화에나 나올 법한 저 건물은 뭐지? 궁금해했는데 캐나다의 와이너리에 대해 알고 나니 그곳이 어떤 곳인지 이제야 알게 되어 방문하였다.

언덕 위에 펼쳐진 포도밭 풍경 속에 1860년 된 와인 창고와 함께 와인 카페가 자리 잡고 있었고, 그 옆에는 게스트 하우스도 운영되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자체 생산한 와인부터 캐나다 전역에서 온 다양한 와인들이 모두 갖추어져 있었으며, 4가지 와인을 선택해 맛볼 수 있는 메뉴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우리가 카페에 들어섰을 때, 이미 많은 캐나다인이 와인 잔을 기울이며 여유로운 시간을 만끽하고 있었다.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시내 전경과 아름다운 숲의 풍경을 배경 삼아 와인과 함께 편안한 순간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었다.

나에게는 낯설었지만 매우 정겨운 풍경 중 하나는 사람들이 개인 와인병을 들고 와서 거기에 와인을 담아 사 가고 있는 모습이었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완제품 와인도 있지만, 이 와이너리에서는 직접 만든 와인을 병에 담아 갈 수 있게 판매하고 있었으며, 가격도 저렴했다. 주로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병을 들고 오셨는데, 예전에 우리나라에서 양조장에 주전자를 들고 막걸리를 사러 갔던 풍경이 떠올랐다.

캐나다 대부분의 와이너리에서는 와인에 대한 교육과 커뮤니티 참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들었는데 이곳도 그랬다. 와인 제조 과정에 대한 워크숍과 세미나, 와인 소믈리에 교육 등이 있었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그 1860년 된 와인 창고에서 와인에 대한 지식과 열정을 공유하는 커뮤니티 모임이 이곳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었다.

캐나다를 여행하는 동안, 바쁜 일정 속에서도 잠시 여유를 찾고 싶다면 와이너리에서의 휴식을 취하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목가적인 풍경 속에서 한 잔의 와인을 음미하며 여유를 즐기는 것은 여행의 또 다른 매력을 더해주고 와이너리에서 함께 운영하는 게스트 하우스에서 하룻밤을 묶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또한 이곳에 오면 캐나다 현지인들과 소통할 기회도 많아 좋은 경험이 된다. 서로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와인이라는 공통된 주제로 이미 반은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와인을 한 잔 입에 넣고 "음…"이라는 말만 주고받으며, 눈으로 대화를 나누고 서로 미소를 짓는 것만으로도 이미 마음까지 통한 사이가 된다.

캐나다는 지속 가능한 와인 생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많은 와이너리는 환경친화적인 농업 방법과 재활용 가능한 포장재 사용 등을 통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고 이는 미래의 와인 생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와이너리에 직접 방문해 보니 이러한 노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야외 테라스에서 포도밭을 내려다보며 내 코끝까지 내려와 있는 뭉게구름을 바라보며 한동안 와인의 깊은 맛이 입 안에서 여운을 남긴다. 우리는 풍경에 취하고 분위기에 취하고 또한 캐나다인의 문화에도 함께 취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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