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랑 밴스? 좀 기괴해"…美민주도 '낙인찍기' 전략 구사
밴스 '캣 레이디'·'흑인 낙태' 발언…해리스 측, 연일 '기괴한 사람' 논평
"바이든 후보시절엔 못보던 광경"…역공 성공하자 민주당 지지층도 반색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러닝메이트인 J.D. 밴스 상원의원을 향해 민주당이 연일 '기괴하다(weird)'는 논평을 내놓고 있다. 밴스 의원이 민주당 유력 대선후보로 부상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헐뜯는 과정에서 수위 조절에 실패해 구설에 오르자 이를 역공의 빌미로 활용한 것이다. 그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전매특허였던 '낙인찍기(branding)' 전략을 민주당도 구사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9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들어 부쩍 거칠어진 해리스 부통령과 민주당 인사들의 '입'을 집중 조명했다. WP는 밴스 의원이 2021년 폭스뉴스에 출연해 '아이를 낳지 않은 여성(캣 레이디·cat lady)'으로 해리스 부통령을 거론하며 '나라를 망치는 인물'로 비판한 대목이 뒤늦게 조명돼 역풍을 맞은 것을 계기로 해리스 부통령과 당내 측근들이 그와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괴한 사람으로 몰고 있다고 짚었다.
밴스 의원의 발언에 대해 25일 해리스 부통령의 남편인 더글러스 엠호프의 전처가 직접 등판해 "카멀라에게 자식이 왜 없느냐"며 자신의 아이들이 10대일 때부터 두 남매를 직접 길러준 사람이라고 두둔했다. 의붓딸도 자신의 계모를 감싸면서 밴스를 향한 여론은 악화됐다. 결국 밴스 의원은 지난 26일 한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해 자신은 해리스 부통령이 아닌 반(反)가족적인 민주당을 비판한 것이라고 해명해야 했다.
그렇지만 밴스 의원이 2022년 한 팟캐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50개주에서 낙태를 불법화해야 한다며 흑인 여성들이 원정 낙태를 많이 한다고 주장한 사실이 추가로 공개되면서 그는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지 보름 만에 수세에 몰리게 됐다. 이를 본 해리스 부통령과 민주당은 밴스 의원을 '기괴하다'고 공격하며 낙인 효과를 극대화하려 한다는 게 이날 WP의 분석이다.
실제로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27일 매사추세츠주 피츠필드에서 열린 첫 선거자금 모금 유세에서 자신을 약자로 규정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밴스 의원이 쏟아내는 대부분의 수사가 "그저 기괴하다"고 깎아내렸다. 이에 앞서 25일 해리스 캠프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일 폭스뉴스 출연에 대해 "늙은 데다 꽤 기괴하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고, 26일에는 대변인을 통해 밴스 의원이 "일주일 내내 기괴한 생각으로 언론 헤드라인을 장식했다"고 비꼬았다.
해리스 부통령의 당내 측근들도 '트럼프·밴스 낙인찍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브라이언 샤츠(하와이), 크리스 머피(코네티컷) 상원의원은 26일 밴스 의원의 과거 발언을 소셜미디어 엑스(X)에 게재하며 "자녀가 없는 미국인들의 정치적 권한을 제한하려는 매우 기괴한 생각"이라고 직격했다. 같은 날 해리스 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거론되는 팀 왈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MSNBC에 출연해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밴스 의원은 "그냥 기괴하다"고 일축해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민주당의 새로운 대선 전략에 대해 WP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출마했을 당시엔 거의 없었던 '기술(記述)적 우위(narrative advantage)'를 민주당에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조지워싱턴대의 데이비드 카프 커뮤니케이션 교수도 WP에 공화당 정·부통령 후보를 싸잡아 기괴하다고 낙인찍는 건 "해리스 지지자들에게 빠르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간결한 표현"이라며 당사자들로선 "자칫 불균형한 대응으로 문제를 더욱 증폭시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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