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간에 전화 100통"…민주당 장악한 해리스의 48시간

바이든 후보직 사퇴 발표 오전에 측근 소집
36시간도 안 돼 대의원 과반 지지 확보

23일(현지시간)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위스콘신주 밀워키 교외 웨스트앨리스에서 첫 선거 유세 행사에 나섰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을 후퇴시키려 한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2024.07.23/ ⓒ 로이터=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직 사퇴 이후 10시간 동안 100통의 전화를 돌리는 등 발 빠른 대처로 당내에서 입지를 굳혔다는 보도가 나왔다.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사의를 밝힌 21일 오전, 바이든 대통령에게서 사퇴 소식을 접한 뒤 워싱턴DC 해군천문대(USNO) 내 부통령 관저로 측근을 소집했다.

이날 오후 1시46분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를 공식화하자 해리스 부통령은 신속하게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민주당 인사들의 전화번호 리스트는 이미 준비된 상태였다.

해리스 부통령은 모교인 하워드대의 후드에 운동화라는 편한 차림으로 민주당 의원들에게 수도 없이 전화를 걸었다. 측근에 의하면 그는 낮부터 밤까지 "당신이 내 전화를 받지 않은 채 오늘이 지나가도록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을 수십 번이나 반복했다고 한다.

민주당 출신 전직 대통령,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 조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을 비롯해 민주당 고위 인사들인 해리스 부통령의 전화를 받았다.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 후 10시간 동안 100통에 달하는 전화를 걸었다고 NYT는 전했다.

이뿐만 아니라 전·현직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구성원들은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는 수십 개의 서명을 모아 정계와 언론계에 배포했다. 여기에 동참한 마이클 캡은 "우리는 도널드 트럼프와 공화당에 맞서 싸우려면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준비하고 싶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 압박을 받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해리스 부통령은 당 안팎의 회외론에 직면한 상태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맞서기에는 존재감이 약해 민주당 내에서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휘트머 주지사, 샤피로 주지사 등이 대선 후보로 거론됐다. 실제로 해리스 부통령은 일부 여론조사에서 이들에게 밀리기도 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의 중도 하차 하루 만에 후보 지명에 필요한 대의원 과반을 확보하는 데 성공한 것은 결국 강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한 발 빠른 대처가 크게 작용했다.

DNC 전 위원장이자 과거 대선 후보였던 하워드 딘은 "매우 잘 조직된 폭포였다"며 "나는 이것이 얼마나 빨리 진행됐는지 스스로도 놀랐다"고 NYT에 전했다.

재스민 크로켓(텍사스) 하원의원도 WSJ에 "당이 얼마나 빨리 단결됐는지 놀랍다"며 "내가 아는 사람 중에는 해리스의 편이 아니었지만 갑자기 해리스를 사랑하게 된 사람들이 있다"고 언급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측근들과 함께 피자와 샐러드를 먹으며 밤을 꼬박 새웠다. 그 결과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직을 사퇴한 지 36시간도 채 되지 않아 3934명의 대의원 중 과반인 1976명의 지지를 확보해 냈다. 현재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는 대의원은 약 31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뿐만 아니라 유권자들도 속도감 있게 뭉쳤다. 바이든 대통령의 성명이 나온 다음 날 아침, 해리스 캠페인은 약 5000만 달러(약 693억 원)를 모았다.

약 24시간 만에 8100만 달러(약 1122억 원)를 모았고, 22일 밤까지는 1억 달러를 모금했다. 23일 밤까지 모금된 기부금은 1억2600만 달러(약 1745억 원)에 달한다.

WSJ은 "해리스는 48시간 만에 민주당을 장악했다. 그리고 그를 가로막는 것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