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글로벌 정세…英노동당 압승·佛 극우 1위·불안한 美바이든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프랑스에서 극우 정당이 제1당이 되고 미국 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인 조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 사퇴 압력에 놓인 가운데, 영국에서는 노동당이 압승하며 14년 만에 정권이 교체되는 등 세계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유럽 극우 정당의 집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귀환 등 그간 우려해 왔던 일들이 하나하나 현실이 돼가는 분위기여서 글로벌 리더십의 격변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현지시간) 영국 650개 선거구에서 치러진 조기 총선에서 보수당은 14년 만에 노동당에 정권을 뺏기게 됐다. 이번 총선에서 보수당은 출구 조사 결과 131석에 그쳤지만, 노동당은 650석 중 410석을 얻을 것으로 집계됐다.
리시 수낵 총리가 이끈 보수당은 2021년부터 줄곧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하락을 맛봤다. 이에 수낵 총리는 당초 내년 1월이던 총선을 '안정과 단결이 필요하다'며 일종의 승부수 삼아 7월로 앞당겨 이번 선거를 치르게 됐다.
하지만 브렉시트와 팬데믹 등으로 인한 경제 침체와 10년 이상의 긴축정책, 교육과 의료 등 사회 서비스 축소 등으로 삶이 팍팍해진 국민들은 보수당을 심판했다. 수낵 총리 역시 취임 약 1년 8개월 만에 총리 자리를 내주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집권 2기를 노리며 재선에 출마했다가 지난달 말 치른 첫 TV 대선 토론에서 줄곧 그를 괴롭혀온 고령 문제만 부각하며 후보 사퇴 위기에 처했다. 문제는 그가 완주를 밝힌 상황이어서 후보를 교체하는 것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대선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TV 토론에서 보여준 무기력한 모습을 독립기념일(7월4일)로 시작되는 며칠 동안 반전시켜야 한다. 4일 지역 라디오 방송국들과 인터뷰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이 토론을 망쳤으며 실수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나는 토론을 잘하지 못했다. 90분간의 무대였다. 하지만 내가 지난 3년 반 동안 한 일을 봐달라"고 호소했다.
바이든은 이날 오후 8시에 있을 독립기념일 축하 행사 연설, 5일 저녁 방송될 ABC뉴스 인터뷰에서 다시 활기찬 모습을 보여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고령 리스크가 완전히 사라지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만약 바이든이 사퇴한다고 해도 남은 기간 민주당에는 트럼프에 맞설 인물을 찾아내는 혼란한 과정이 예정되어 있다. 이 새 후보자가 전세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탈퇴, 우크라이나 지원 정책 철회, 무역 전쟁의 강화 등 미국의 대외 정책은 급변할 수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조기 총선 승부수를 던졌던 프랑스도 결국 집권 정당의 자승자박이 되어버렸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의회 선거에서 마린 르펜이 이끄는 극우인 국민연합(RN)이 1위를 차지하자 위기감을 느껴,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토록 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치러진 프랑스 조기 총선 1차 투표에서 RN이 주도하는 극우 연합이 33%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좌파 연합인 신민중전선(NFP)은 28%를 득표해 2위를 차지했으며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 연합은 20%의 득표율로 3위에 그쳤다.
프랑스는 오는 7일 총선 2차 투표를 연다. 여기서 극우연합이 절반을 넘는 경우 급격한 정책 변화와 격렬한 국민 분열이 예상된다. 어느 세력도 과반을 차지하지 못할 경우도 국정 마비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로이터통신은 극우와 극좌, 중도 여권 연합 등 어느쪽도 과반을 확보하거나 연정 구성에 합의하지 못하면 프랑스 의회가 법안을 통과시키거나 정부가 일상적인 국정 운영을 하는 데 마비가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ky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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