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성추문 입막음 사건' 첫 증인 "기사 매수해 묻었다"

'캐치 앤 킬' 인정한 데이비드 패커 "맥두걸·사주딘 얘기 구매"
'비방 발언 금지 명령' 건도 고전…NYT "트럼프, 음울한 하루"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성 추문 입막음 사건에 대한 재판이 열리는 뉴욕 맨해튼 지방법원에 출두하고 있다. 2024.4.22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성추문 입막음 사건'에 검찰 측 첫 증인으로 출석한 데이비드 페커(타블로이드지 내셔널인콰이어러의 발행인)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16년 대선 출마에 타격을 줄 수 있는 기사들을 막기 위해 매체를 활용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가도에 있을 장애물들을 없애기 위해 '캐치 앤 킬'(catch-and-kill·기사의 판권을 사들인 다음, 돈을 받은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그 얘기를 하지 못하도록 계약을 하고 기사를 쓰지 않는 것) 방식을 썼다는 점을 시인한 것이다. 한마디로 '기사를 매수한 뒤 세상에 알려지지 않도록 묻었다'는 뜻이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추문 입막음 재판의 본격 심리 이틀째인 이날 페커는 전날(22일)에 이어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 다시금 출석한 가운데 자신의 매체에서 캐런 맥두걸, 디노 사주딘의 이야기를 구매한 것이 맞다고 진술했다.

맥두걸은 성인잡지 '플레이보이' 모델 출신이자, 트럼프 전 대통령과 불륜 관계로 알려진 인물이다. 페커는 이 얘길 15만 달러(약 2억 677만 원)에 사들이고 보도하지 않았다.

사주딘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가정부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낳았다'고 주장한 트럼프 빌딩 경비원으로, 페커는 사주딘에게는 3만 달러(약 4109만 원)가 지불됐다고 밝혔다.

페커는 "두 사안 모두 신문사가 일반적으로 기사에 지불하는 금액을 훨씬 초과하는 금액"이라며 "나는 그 기사가 선거 운동과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당혹감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구매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추문 입막음' 의혹 재판에 출석한 데이비드 페커(타블로이드지 내셔널인콰이어러의 발행인)의 모습. 2024.04.24 ⓒ 로이터=뉴스1 ⓒ News1 조소영 기자

검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미 여러 차례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페커의 이러한 행동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련 의혹을 묻었고, 이로써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권자를 속이는 데 도움이 됐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논리에 따르면 성추문 입막음 사건도 이와 동일한 차원의 사건이다. 2016년 대선 직전 전직 포르노 배우인 스토미 대니얼스가 과거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성관계를 폭로하려고 하자 이를 막기 위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시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을 통해 대니얼스에게 13만 달러(약 1억 7000만 원)를 트럼프그룹 자금으로 지급했다.

페커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관계는 2015년 회동 이후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언급된 코언은 지금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대척점에 서 있으나, 한땐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해결사'로도 불린 인물이다.

그는 당시 페커에게 "보스(트럼프)가 만나고 싶어 한다"고 전화를 걸어 만남을 주선했고 이후 코언은 정기적으로 페커에게 연락했다고 한다. 두 사람의 대화 목적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부정적인 기사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에 있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페커에 대한 반대 심문을 하게 되면 코언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룰 전망이다. 코언을 '배신자이자 거짓말쟁이'로 묘사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 동떨어진 인물로 만드는 것이 심문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NYT는 설명했다.

한편 이날 이보다 앞서 열린 '비방 발언 금지 명령' 위반 건에 대한 공방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고전했다.

검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증인은 물론 배심원, 수사팀, 법원 직원 등을 상대로 10차례에 걸쳐 해당 명령을 위반했다면서 건당 1000달러씩 총 1만 달러(약 1370만 원)의 벌금형을 구형했다.

블란치 변호사가 이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명령을 준수하려 한다고 주장하자, 머천 판사는 블란치 변호사를 향해 "당신은 재판부의 모든 신뢰를 잃고 있다"고 경고했다.

머천 판사는 '공개 비방 금지 명령' 위반 건에 관해 즉각 판결을 내리진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명령은 헌법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NYT는 "판사가 트럼프 전 대통령 변호사에게 '모든 신뢰를 잃고 있다'고 말하고, 핵심 증인(페커)은 음모를 폭로하기 위한 장막을 걷어내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음울한 하루를 보냈다"고 평했다.

cho1175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