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와 애플 반독점 소송전 시작…업계 지각 변동 불러오나

미 법무부, 애플 자체 생태계 구축이 반경쟁적이라며 제소
너무 강해진 IT기업 경계 바탕…MS 소송처럼 지각변동 불러올 수도

애플 로고 ⓒ AFP=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혁신을 모토로 미국은 물론 세계 시장을 석권했던 애플의 수난이 계속되고 있다. 중국 판매 부진 상황에서 유럽연합(EU)의 벌금 부과에 이어 안방인 미국에서 독점방지법 위반 소송까지 당해 최악의 경우 회사가 해체될 가능성까지 생겼다.

21일(현지시간) 미 외신들에 따르면 메릭 갈랜드 법무부 장관은 미국 스마트폰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한 애플이 개발자와 소비자를 통제하고 더 많은 수익을 짜내기 위해 그 독점적 지위를 이용했다며 애플을 반독점법 위반으로 제소한다고 밝혔다.

미 뉴저지 동부 지방법원에 제출한 88쪽에 이르는 소장에서 법무부는 아이폰이 자사 말고 다른 기업의 손목시계형 단말기와 연동되는 것을 제한하고 다른 인터랙티브 앱과 결제 기능 등의 연계를 막아 자사 서비스만 쓰게 해 결국 원하는 고객들이 아이폰에서 다른 회사 스마트폰으로 옮겨가는 것을 애플이 막았다고 주장했다.

법무부는 "애플의 조치는 브라우저(인터넷 브라우징 소프트웨어), 뉴스 구독, 자동차 관련 서비스, 위치 정보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애플의 아이폰을 사용하는 모든 서비스가 반경쟁적이라고 지적했다.

애플은 아이폰과 자사 기기가 서로 연동되도록 하고 다른 기기를 통해 경험하는 것을 엄격하게 제어해 배타적인 자체 생태계를 구축했다. 애플 측은 이런 관행을 자신들의 '차별성'이라고 합리화했고, 이것이 아이폰을 다른 스마트폰보다 안전하게 만든다고 주장했으며, 애플 사용자들에게는 스스로 특별하다고 느끼게 했다. 하지만 앱 개발자들과 경쟁 기기 제조사들은 애플이 그런 아이폰 독점력을 사용한 이유는 타사의 경쟁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라고 주장한다.

업계 및 전문가들은 이번 미 법무부의 소송을 지난 마이크로소프트(MS)를 상대로 정부가 했던 소송전에 비견하고 있다. IT 전문 매체 와이어드닷컴에 따르면 미 정부는 1998년 MS를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벌였고 그 결과 MS가 약해져 애플이 업계 최고로 부상하고 많은 다른 신생 기업이 탄생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번 소송 역시 업계의 지각변동을 가져올 수 있는 큰 사안이라는 의미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무부 관계자는 "법에 따라 법무부가 애플의 해체를 포함해 애플의 사업에 대한 구조적 변화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해결까지 몇 년을 끌 가능성이 있는 이 소송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소비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분명하다고 했다. MS 소송도 최종 합의에 도달하는 데 10년 이상 걸렸다. 과거 애플은 에픽게임즈나 스포티파이로부터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며 제소당했는데 스포티파이 제소로는 몇 주 전 유럽연합(EU)으로부터 18억 유로(2조7000억원)의 벌금을 받았다.

하지만 에픽게임즈의 제소는 앱 배포를 제한하면 악성소프트웨어와 사기로부터 아이폰을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잘 빠져나가 도리어 에픽게임즈가 패소했다. NYT는 법무부가 애플 정책의 효과가 소비자를 돕는 것이 아니라 해를 끼치는 것임을 보여주는 데 중점을 둘 것으로 보았다.

한편 이번 소송에 대해 일본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미 대선을 앞두고 국가와 기술 대기업 간의 전면전인 대결이 시작됐다고 해석했다. 1998년 MS 소송 이후 20여년간 기술기업과 국가와의 대형 소송전은 없었다. 그러다 2020년에 트럼프 행정부가 구글과 페이스북을 고소했고 이어 바이든 행정부도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을 고소했다.

닛케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제소들이 각 IT 기업이 너무 커졌다는 위기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갈랜드 장관은 "아이폰의 성공으로 애플의 순이익은 100여 개국의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섰다"고 지적했는데 기술 기업들이 경제 규모로는 물론 개인 생활 속 깊숙이 침투해 국가와 같은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이번 애플 소송은 11월 대선을 앞두고 거대 기업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소비자와 소상공인들의 지지를 얻으려는 것이 바탕에 깔려있다고 닛케이는 보았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