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에 칼 빼든 美…SNS로 번진 美·中 전쟁[딥포커스]
틱톡금지법, 초당적 발의…대선 앞두고 中에 강경 태도
美서 커지는 안보 우려…"中 틱톡 이용해 대선 영향 미칠 것"
-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중국 바이트댄스의 글로벌 숏폼 모바일 비디오 플랫폼 '틱톡'을 두고 미국과 중국 간 데이터 전쟁이 가시화하고 있다. 미 하원이 바이트댄스에 틱톡을 매각하거나 미국 앱스토어에서 빠지라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다.
미 하원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오전 본회의를 열고 틱톡금지법을 찬성 352표, 반대 65표로 가결처리해 상원으로 넘겼다.
이 법안은 바이트댄스가 틱톡을 165일 안에 매각하거나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미국 앱 스토어에서 틱톡 판매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법안이 상원을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법안이 상·하원을 통과한다면 서명하겠다는 입장을 전한 바 있다.
◇美서 커지는 데이터 유출 우려…"中 틱톡 이용해 대선 영향 미칠 것"
우선 미국이 틱톡금지법을 추진하는 이유는 틱톡이 미국인 절반에 달하는 1억7000만 명의 이용자 개인정보를 중국 공산당에 넘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일례로 에이브릴 헤인즈 미국 국가정보국(NDI) 국장은 하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서 "중국이 틱톡을 이용해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도 "틱톡의 알고리즘과 추천 알고리즘, 영향력 수행 능력은 탐지하기 매우 어렵고, 이것이 바로 틱톡이 치명적인 위험이 되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가 틱톡의 소유주인 바이트댄스에 압력을 가해 미국인을 표적으로 삼는 알고리즘을 사용, 이를 무기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미 법무부 역시 최근 "감시 및 검열로 유명한 외국 정부(중국) 때문에 틱톡의 미국 사용자가 위험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틱톡금지법, 초당적 발의…대선 앞두고 中에 강경 태도
틱톡금지법이 특정 정당의 발의가 아닌 초당적으로 발의됐다는 점도 의의가 크다.
이 법은 공화당 소속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 위원장인 마이크 갤러거 의원, 민주당 간사인 라자 크리슈나무르티 의원 등 20여 명이 발의했다.
집권 시절 반(反)틱톡 입장을 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법안에 공개 반대 의사를 드러냈으나, 공화당에서는 찬성표가 대거 쏟아졌다.
2024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국가 안보, 특히 중국발(發) 위협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려는 정치인들의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해석된다.
로이터통신은 "두 정당의 관리들은 커넥티드 카(인터넷에 상시 접속이 가능한 차량)부터 첨단 인공지능(AI) 칩, 미국 항구의 크레인에 이르는 다른 문제들과 함께 틱톡에 대한 위험 신호를 제기했다"고 전했다.
커넥티드 카, 반도체, 크레인 등은 미국과 중국이 날을 세워 온 대표적인 품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우려 국가(중국)의 기술이 적용된 커넥티드카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 또 미국 내 항구에 배치된 중국제 화물 크레인에서 통신 장비가 발견되며 안보 우려가 커지기도 했다.
◇틱톡, 기간 내 매각 가능할까…前 재무 "매입 준비 중"
법안이 상원을 통과하고 바이든 대통령이 이에 서명하게 된다면, 바이트댄스에는 6개월의 기간이 주어진다.
중국이 기간 내 바이트댄스의 틱톡 매각을 승인할지, 틱톡이 미국 자산을 6개월 안에 매각할 수 있을지도 불분명하다.
바이트댄스가 매각에 실패할 경우 앱 스토어에서 퇴출된다.
틱톡 인수를 준비하는 인물도 있다. 스티븐 므누신 전 미국 재무장관은 야후 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가 틱톡을 매각할 경우, 틱톡을 매입하려는 투자자 그룹을 모으고 있다"고 밝혔다.
◇中 "강도 같은 짓"…틱톡 CEO "데이터 보호 위해 노력"
중국 측에서는 틱톡금지법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4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 하원에서 통과한 법안은 미국을 공정경제원칙과 국제경제무역규칙의 반대편에 서게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왕원빈 대변인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다른 나라의 우량 기업을 마음대로 압박한다면 공평과 정의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없다"며 "남이 가진 좋은 것을 보고 어떻게든 자기 것으로 만들려 하는 것은 강도와 같은 논리"라고 지적했다.
추 쇼우즈 틱톡 최고경영자(CEO)도 미국 내 틱톡 사용자들에게 반대 목소리를 낼 것을 촉구하는 한편 미국이 우려하는 데이터 유출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추 CEO는 틱톡에 게시한 영상에서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는 여러분의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플랫폼을 외부 조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투자해 왔다"며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법안이 법으로 서명되면 미국에서 틱톡은 금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함께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헌법상의 권리를 보호하자"며 "여러분의 목소리를 들려달라"고 덧붙였다.
◇인도·네팔 등은 일찌감치 금지
미국보다 앞서 틱톡을 금지한 국가로는 인도, 네팔 등이 있다.
중국과 국경 분쟁 등으로 관계가 악화된 인도는 지난 2020년 틱톡을 금지한 데 이어 이듬해 메시지 앱 위챗도 퇴출했다. 네팔 정부도 지난해 11월 틱톡을 금지했다.
미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에서는 정부 기기에서 틱톡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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