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법, 트럼프 출마자격 '유지' 결정…트럼프 본선行 탄력 전망

'슈퍼 화요일' 하루 앞두고 콜로라도주 대법원 '자격 박탈' 판결 만장일치 파기
대법원 "대선후보 자격박탈, 개별 州에 권한 없어"…트럼프 "美 위한 큰 승리"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연방대법원 모습. 이날 미 연방대법원은 대법관 9인 만장일치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화당 경선 출마 자격을 박탈한 콜로라도주 대법원의 판결을 파기했다. 2024.3.4.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워싱턴·서울=뉴스1) 김현 특파원 김성식 기자 = 미국 연방대법원이 4일(현지시간) 지난 2021년 1·6 의사당 폭동 사태와 관련해 공화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출마 자격 유지를 결정했다.

이로써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대선 가도를 가로막고 있는 여러 '사법리스크' 중 일단 하나를 제거하게 됐다.

특히 연방대법원이 15개주(州) 등 16개 지역에서 경선이 치러지는 '슈퍼화요일'을 하루 앞두고 이같은 결정을 내림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대선후보직을 거머쥐는 데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연방대법원은 이날 홈페이지에 게재한 13쪽 분량의 결정문을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출마 자격을 박탈한 콜로라도주 대법원 판결을 만장일치로 뒤집었다.

대법원은 주정부는 주에서 공직을 보유하거나 보유하려고 시도하는 사람의 자격을 박탈할 수 있지만, 주정부가 연방공직, 특히 대통령직과 관련해 수정헌법 14조3항을 시행할 권한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또 만약 연방공직 후보자가 동일한 행위에 대해 일부 주에선 부적격 판정을 받고 다른 주에선 그렇지 않을 경우, 혼란과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콜로라도 대법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사기' 주장으로 지지자들을 선동해 2021년 1월6일 미 의사당을 난입하도록 했던 게 수정헌법 14조3항에 규정된 '반란 가담' 행위라고 보고 콜로라도주의 경선 투표용지에서 그의 이름을 빼라고 판결했다.

수정헌법 14조3항은 헌법을 지지하기로 맹세했던 공직자가 모반이나 반란에 가담할 경우 다시 공직을 맡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연방대법원이 이같이 판단한 데엔 수정헌법 14조3항이 1860년대 남북전쟁 이후 단 8차례 밖에 적용되지 않았고, 대통령 후보에게 적용된 적이 없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공화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즈보러에서 열린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4.3.2. ⓒ 로이터=뉴스1 ⓒ News1 김현 특파원

그러나 수정헌법 14조3항의 집행 권한이 어디에 있는지, 그 방법을 어떻게 해야 할지 등을 놓고선 대법관들의 의견이 나뉘었다.

대법관 중 5명의 다수의견은 수정헌법 14조3항에 규정된 자격 박탈을 시행할 책임은 연방 의회에 있다고 보고, 자격 박탈의 시행은 연방 의회의 입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판단했다.

이를 두고 미 정가에선 연방대법원이 내란 선동자에 대한 자격 박탈을 위해선 의회의 입법이 필요하다고 밝힌 데다 현재 공화당이 하원에서 다수당을 점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출마 자격 박탈 논란은 확실히 차단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반면 3명의 진보성향 대법관을 비롯해 4명은 콜로라도 대법원의 판결을 뒤집는 데엔 동의하면서도 다수의견이 "불필요하게 중대하고 어려운 문제들을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커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 등 3명의 진보성향 대법관은 보충의견을 통해 "다수의견이 수정헌법 14조3항의 시행 방식에 대한 새로운 규칙을 발표했다"면서 "다수의견은 사건의 필요성을 넘어서 (헌법 수호) 선서를 위반한 내란자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금지하는 헌법 조항을 제한하는 데까지 갔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명한 보수성향인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도 별도 의견을 통해 대법원이 수정헌법 14조3항을 시행하기 위해 "연방 입법이 독점적 수단인지에 대한 복잡한 문제를 다룰 필요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은 강경한 태도로 의견 차이를 증폭시킬 때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연방대법원은 다만 결정문에서 1·6 사태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위가 '내란 가담'에 해당되는지 여부에 대해선 직접적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미 언론들은 연방대법원의 결정이 예상된 결과라고 평가하고 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슈퍼화요일 프라이머리(예비선거) 하루 전에 나온 이 결과는 예상된 것이었다"며 "지난 2월8일 구두변론에서 대법관들은 반란 혐의로 기소된 대통령 후보의 적격성을 개별 주들이 평가하도록 허용하는 게 불편하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밝혔다.

연방대법원의 이같은 결정은 현재 메인주와 일리노이주에서 제기한 유사한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말 일리노이주 법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州) 대선후보 자격을 박탈했으며 메인주에서는 주 정부가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들 주의 주지사는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해당 주들의 결정은 일단 대법원 결정 때까지 보류된 상태로, 연방대법원의 결정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자격을 유지하는 쪽으로 판단이 내려질 전망이다.

연방대법원의 이같은 결정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 주요 인사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법원의 결정 직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미국을 위한 큰 승리"라고 적은 데 이어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마러라고 자택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대법원의 결정이 "매우 잘 만들어진", "중요한 결정"이라며 "이번 결정은 미국이 필요로 하는, 미국을 하나로 모으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통합의 요소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보수 라디오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9명이 만장일치로 결정한 것에 대해 "영광"이라면서 "이것은 내가 아니라 미래의 미국 대통령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도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대법원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콜로라도 대법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순전히 당파적인 공격"을 했다며 다른 주들을 향해 "주의하라"고 경고했다.

연방대법원의 결정으로 출마 자격 박탈 논란에서 벗어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본선 진출을 위한 행보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3일) 워싱턴DC 공화당 코커스(당원대회)에서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에게 처음으로 패배했지만, 5일 '슈퍼화요일' 경선에서 승리한 데 이어 이달 중 무난히 공화당 대선후보 자리를 확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일단 사법리스크의 한 고비를 넘긴 했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사법리스크가 잔존해 있는 만큼 해당 소송 결과도 주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연방대법원은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혐의 등으로 4차례 형사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면책 특권 주장에 대해 심리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이와 별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거액의 벌금이 부과된 민사소송도 진행 중이다.

gayunlov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