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할수록 즐겁게'…외신들, K팝·캐럴·형광봉 韓 시위 조명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케이팝(K-pop)과 성탄절 캐럴을 합창하고, 단두대 모형과 바게트가 등장하고, 축제나 댄스파티를 연상시키는 한국의 대통령 탄핵 요구 시위가 세계 언론으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AFP통신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에 대한 항의 표시로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는데 특히 7일 중대한 탄핵 표결을 앞두고 국회밖에 모인 사람들은 공들여 만든 코스튬(복장)을 입고, 집에서 만든 깃발을 들고 오고, 이번 주 시위의 단골 노래가 된 K팝 노래를 듣거나 불렀다고 전했다. 참가자들은 형형색색의 야광봉과 LED 초를 흔들며 즐겁게 뛰어 댄스파티를 연상시켰다고 AFP는 썼다.
AFP에 따르면 전날인 6일 한 시위에는 K팝 걸그룹 에스파의 히트곡 '위플래쉬'가 흘러나오자 젊은 시위자들은 노래에 맞춰 춤을 추면서 "윤석열 탄핵, 탄핵, 탄핵!"이라고 외쳤다. 한 시위자는 X에 "너무 무서워서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잠도 잘 수 없을 것 같아서 집회에 갔다"면서 친구들과 에스파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난 후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고 썼다.
6일 국회 앞의 촛불 시위자들은 소녀시대의 2007년 노래 '다시 만난 세계'를 불렀다. AFP는 이 노래는 정치적인 노래라고 볼 수 없었지만 2016년부터 2017년까지 부패 스캔들로 결국 탄핵당한 보수당 박근혜 대통령에게 반대하는 시위에서도 젊은 여성 시위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 밖에도 크리스마스 캐럴인 '펠리스 나비다드'를 개사한 노래도 불렀다.
시위자들은 야광봉을 들고 추운 날씨를 견디기 위해 패딩과 모자를 착용했다. 일부는 프랑스의 시위 전통에서 영감을 얻은 것처럼 보이는 집에서 만든 단두대 모형을 들었고 바게트를 든 시위자도 있었다. 바게트를 든 시위자는 이 사진을 공유해 큰 인기를 끌었다. 사진 아래에는 "반드시 야광봉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원하는 것을 가져오면 된다. 시위에 참여하지 못한 분이 이 바게트를 사주어 내가 대신 흔들었다"고 적혀 있었다.
단체에 소속된 시위대는 단체 이름을 적은 깃발을 들고 있었는데 어떤 시위대는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 연맹' '혼자 온 사람들' '강아지 발 향기 연구회' '꽃 심기 클럽' '잠 못 이루는 (도서) 편집자들'과 같은 기발한 단체 깃발을 들고 있었다.
시위 문화를 집중 조명한 AFP 외에 뉴욕타임스(NYT) 등도 7일 국회 앞 시위가 축제와 같은 분위기에서 시작됐다고 했고 많은 부모가 어린 자녀를 집회에 데려왔다고 전했다.
한 전문가는 목숨을 걸고 해야 했던 1980년대 시위와 다르게 이제 한국의 시위는 축제처럼 됐다면서 2008년 광우병 시위로 인해 시위대의 구성이 급격하게 변한 것을 이유로 설명했다. 이 시위에 유모차를 몰고 온 엄마들, 취미 모임 구성원 등이 나오면서 그 후 촛불시위 등 한국 시위는 노래와 오락이 등장하는 축제적 성격을 띠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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