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브리핑] "빗장 푼 대륙"…슬기로운 '무비자' 중국 여행법

내년 말까지 관광 목적 등 비자 면제…중국행 한국인 급증할 듯
모바일 결제 등 진입장벽 여전히 높아…반간첩법 등도 공포 대상

중국의 한국인 무비자 입국이 시행된 8일 오전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중국 항공사 체크인 카운터에 관광객이 줄을 서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1일 한국 등 9개국의 일반 여권 소지자를 대상으로 내년 12월 31일까지 '일방적 무비자 정책'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여행·관광, 친지·친구 방문, 환승 목적으로 15일 이내 기간 중국을 방문할 경우 비자를 발급받지 않아도 된다. 2024.11.8/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베이징=뉴스1) 정은지 특파원 = 중국 정부가 한국인 일반여권 소지자에 대한 비자 면제를 허용했다. 중국이 한국에 대해 일방적 비자 면제 조치를 취한 것은 지난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내년 말까지 중국 체류 기간이 15일 이내의 관광, 비즈니스, 친지 방문 등의 목적의 한국인은 비자 없이 중국을 방문할 수 있게 됐다. 단 임시 혹은 긴급 증명서 등 일반 여권 이외의 증명서를 소지한 외국인은 비자면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우리 대사관도 사전에 몰랐을 정도로 전격 이뤄진 이번 조치는 최근 한중 간 관계 개선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가운데 한중 간 인적 교류 확대뿐 아니라 한국인 관광객 유입을 통한 중국 내수 경기 진작 등 여러 가지 요인을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중국을 방문하게 될 한국인이 많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한국인이 단순 관광 목적으로 중국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비자를 발급받아야 했다. 비자를 '셀프'로 발급받은 사람들은 '중국 여행 준비에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비자'라고 언급할 정도로 번거로웠던 것이 사실이다. 신청 서류에 입력해야 하는 정보가 상당한 데다 초청장 또는 여행 계획서 등도 준비해야 했고, 비자센터에 직접 방문해 서류를 접수한다고 할지라도 사람들이 많아 장시간 대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단수 비자 발급에 10만원을 넘게 주고 비자 대행 여행사를 통해 대행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인천(김포)~베이징 간 항공권이 30만원 남짓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비자 발급이 차지하는 부분이 큰 부담이었다.

비자 발급이라는 거대한 장벽이 사라지면서 실제 중국을 여행하고자 하는 관광객도 늘고 있는 분위기다.

외교 소식통은 "중국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늘고 있는 것 같다"며 "현재 중국을 방문하는 한국인 중 무비자로 오는 인원이 전체의 약 30% 규모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관광뿐 아니라 비즈니스 목적으로 온 인원도 포함됐지만 시행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인원들이 중국행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무비자로 중국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들도 대체로 만족하는 분위기다. 최근 무비자로 중국을 방문한 30대 여성은 "어릴 때 패키지여행으로 중국을 방문한 후 오랜만에 중국을 방문하게 됐다"며 "입국 심사 과정에서 공항 직원과 언어가 통하지 않아 답답했지만, 사전에 적어 온 체류 예정 지역 등을 써내고 무사히 입국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광객은 "해외여행 때 주로 사용하던 구글 지도를 사용할 수 없었고 결제, 교통 등 대부분 모바일을 통해야 해 중국어가 안되는 관광객에게는 어느 정도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서도 "전체적으로는 이번 중국 여행이 만족스러웠고 다음에 또 방문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중국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 중에는 불투명하고 폐쇄적인 중국의 분위기로 인해 중국행을 주저한다. 이를테면 VPN이 없다면 한국인들의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이나 SNS인 인스타그램 등의 중국 내 사용이 제한되는 것을 거론할 수 있다. 결제 시스템이 모바일에 집중되어 있거나 중국 휴대전화 번호가 없으면 일부 관광지 예약이 불가한 것도 관광객들에겐 중국 여행을 꺼리는 이유가 된다.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의 수단으로 결제가 가능한 곳이 많지만 100% 가능한 것은 아니다.

여기에 비자 유무와 관계없이 중국 당국의 간첩 행위의 범위를 확대한 반간첩법 등도 부담이다. 실제 최근엔 우리 국민 1명이 반간첩법으로 구속된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중국 여행을 계획하는 지인들도 '중국에서 카카오톡을 쓰면 정말 검문당할 수가 있느냐' 혹은 '중국 관광지에선 사진도 찍을 수 없나' 등의 질문이 잇따른다.

최근 중국에 입국하려던 우리 국민이 입국을 거부당하거나 대만이 별도의 국가로 표시된 지도가 부착된 다이어리를 소지했다 억류됐던 사례도 우려를 키운다. 비자 유무와 관계없이 입국 거부 사례가 종종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중국'이라는 특수성이 공포감을 확산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입국 사유와 일치하지 않는 활동을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국입국사유가 비자면제정책에 규정된 사유와 부합되지 않으면 당국은 입국금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초청장, 항공권, 호텔 예약 정보 등과 관련한 서류를 지참하는 것이 좋다. 중국에 입국해 최대 체류 가능 기간까지 근무하거나 공부, 취재를 하는 것도 비자 면제 대상이 아니다.

주중대사관은 무비자로 중국에 입국하는 방문객과 관련해 "입국 목적 및 입국 후 각 방문지·방문기관·방문일시 등 체류 일정과 관련한 가능한 상세한 설명을 준비해야 한다"며 "비즈니스, 관광, 친지 방문 및 경유 목적 외의 방문 시에는 반드시 중국 입국 전 사증(비자) 취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jj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