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전까진 안 만나" 트럼프 퇴짜에 타격입은 日 이시바 외교
미일 조기 회담, 트럼프 행정부 인사 나면서부터 어그러져
자민당 내부서는 "외교 센스 없다" 혹평도…정치적 타격 불가피
-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미국 차기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과 만나려던 계획을 접게 됐다. 총선 참패로 정권 기반이 흔들리는 와중에도 조기 면회를 강력 추진 중이었던 만큼, 정치적 타격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아사히 신문은 17일 보도했다.
당초 일본 정부는 트럼프 당선인과의 조기 회담 가능성을 어느 정도 확신했지만, 내년 1월 취임 전까지는 어느 나라와도 회담하지 않겠다는 트럼프 측 입장이 나오며 틀어졌다.
트럼프 측은 각국 정상으로부터 너무나 많은 회담 요청이 몰리고 있고, 권한이 없는 민간인이 외국 정부와 외교 협의를 해서는 안 된다는 로건 법에 따라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에 이시바 총리는 "쌍방의 상황이 가장 좋은 시기에 가능한 한 빨리 회담을 실시하고 싶다"고 다음을 기약했다.
관저 간부도 "천재지변이 없다면 만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던 회담이 어그러진 것은 차기 트럼프 정부 구성원들이 정해지면서부터다. 이시바 총리는 남미 순방 출발 전, 트럼프 캠프의 연락을 받았으며 이후 정부 안에서도 "실현이 곤란한 정세"라는 비관적 관측이 퍼졌다.
아베-트럼프식 밀월 관계를 구축하고자 추진한 회담이 보류되자 이시바 총리 주변은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며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외교 문제에 정통한 한 자민당 중견은 "총리는 외교 센스가 없다"는 혹평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5분간의 전화에서 나온 구두 약속으로 만날 수 있다고 받아들이는 것은 낙관적인 전망"이었다며 "총리 스스로 난이도를 너무 올렸다"고 진단했다.
일본 정부는 향후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는 내년 1월 이후 회담 개최를 추진한다. 다만 국내적으로 소수 여당으로 예산심의에서 야당과 맞서야 하는 상황에서 일정 조율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트럼프 측이 2016년 당선 때와는 달리 외국 정상과의 만남을 일률적으로 고사한 배경으로는 8년 전과 달라진 '트럼프의 체급'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첫 당선 때까지만 해도 정치계의 아웃사이더로, 외국 정상들과의 만남을 통해 권위를 올리려 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아사히는 트럼프 당선인이 이시바 총리와 조기 회담할 이점이 없다고 판단한 모양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미국 대선이 끝난 후 트럼프 당선인을 대면한 유일한 외국 정상은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뿐이다. 그는 지난 14일 트럼프 당선인의 개인 저택이 있는 플로리다주(州) 마러라고에서 열린 보수계 행사에 참석했다. 아르헨티나의 한 언론인은 이것이 자신을 숭배하다시피 하는 밀레이 대통령의 태도에 트럼프 당선인이 예외적으로 만난 것이라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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