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브리핑] '테니스 퀸' 정친원이 몰고온 광풍…관중 매너는 '글쎄'

정친원 인기에 차이나오픈 흥행 성공…결승전 티켓은 이미 매진
경기 중간 여기저기서 나오는 '짜요' 소음

호주오픈 여자단식 결승에 오른 정친원. ⓒ 로이터=뉴스1 ⓒ News1 원태성 기자

(베이징=뉴스1) 정은지 특파원 = 최근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선수를 꼽으라면 대다수의 중국인들은 정친원을 거론한다. 22세인 정친원은 지난 8월 폐막한 파리올림픽에서 그동안 서양 선수들의 전유물로 여겨진 테니스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여자 단식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팬들은 그를 정친원(Zheng Qinwen)이 아닌 정퀸원(Zheng Queenwen), 즉 여왕이라 부른다.

정친원 신드롬에 힘입어 중국 내의 테니스 인기도 덩달아 불붙고 있다. 현재 중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테니스 대국이다. 지난 10년간 중국 테니스 동호인은 1992만명으로 급증했고, 테니스 클럽도 1000개에 육박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중국 테니스 용품 시장 규모는 지난 2019년 45억위안에서 지난해 58억8000만위안으로 성장했으며 올해 이 규모는 무려 64억위안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26일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개막한 차이나오픈에서도 정친원 신드롬을 체감할 수 있었다. 차이나오픈은 1년에 10차례 열리는 WTA(여자프로테니스)1000 등급 대회로 중국에서 유일하게 국가명을 대회 이름에 넣은 중국을 대표하는 대회이자, 정친원이 파리올림픽에서 우승한 후 처음으로 중국에서 참석하는 대회다.

차이나오픈이 개최되고 있는 베이징 국가테니스센터

정친원의 등장만으로 올해 차이나오픈은 그 여느 때보다 높은 인기를 보인다.

정친원은 지난 28일 이번 차이나오픈의 첫 번째 경기에 출전해 러시아의 카밀라 라키모바에 승리해 안정적으로 32강에 진출했다. 정친원의 첫 번째 경기가 있었던 이날 센터코트인 다이나몬드코트에 입장한 관중은 약 3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차이나오픈 일일 관중 기준 역대 최고다. 지난 2012년 10월 중국 테니스선수 리나와 샤라포바가 맞붙었던 차이나오픈 준결승전 관중 수보다도 많았다.

다이아몬드 코트에서 열리는 경기의 가격은 낮경기 기준 최저 380위안이고, 정친원이 경기에 나서는 저녁 경기를 보기 위해선 최소 300위안을 내야 한다. VIP석 좌석의 가격은 2080위안에 달하는데도 좌석점유율은 95%를 기록했다. 여자 단식 결승전 티켓은 이미 매진됐으며, 780위안짜리 티켓을 5000위안에 '리셀'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실제 지난 30일 정친원과 아르헨티나의 나디아 포도로스카의 경기를 직접 관람했는데, 현장에서 정친원에 대한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이날 옆 코트에서는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단식 세계 랭킹 1위 얀니크 신네르의 경기가 있었음에도 많은 테니스 팬들의 관심은 정친원에 향했다. 저녁 2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티켓은 최소 300위안인데, 해당 등급의 표는 일찌감치 다 팔렸다.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빈자리를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관중이 몰렸다.

정친원이 등장하자 관중들은 여기저기서 '정친원 짜요(화이팅)'을 외쳤고 큰 박수로 그를 맞이했다. 홈 팬들의 열렬한 응원을 받은 정친원이 예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관중 에티켓은 상당히 아쉬웠다. 테니스는 다른 프로스포츠와 달리 정숙한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 때문에 선수들이 서브를 준비하는 순간부터 포인트가 결정될 때까지 야유나 환호성 없이 조용히 해야 하는 것이 기본 매너다. 자리 이동도 선수들이 코트를 바꾸거나 휴식을 취하는 시간에만 가능하다.

차이나오픈 여자 단식 경기 중 진행요원이 '정숙을 유지해 달라'는 내용은 푯말을 들고 있다.

이에 경기 진행 중 진행 요원들이 '경기 중 정숙을 유지해달라'는 문구가 적힌 푯말을 들고 다니며 에티켓을 준수해 줄 것을 당부했다.

그럼에도 불구, 일부 팬들이 여러 차례 정친원이 서브를 준비하는 순간 '짜요' 등을 외치는 등 눈살이 찌푸려지는 행동을 했다. 정친원을 향한 도를 넘은 응원에 '소리 지르지 말라'며 일침을 가하는 팬들의 목소리도 들렸다.

중국 내에서도 이 같은 관중 매너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례로 여자 단식 1회전에 와일드카드로 출전한 중국인 웨이스지아의 경기에선 학생들이 단체로 경기를 관람했는데 상대 선수가 서브에 실패를 하자 박수를 치거나 경기 중에 큰 응원 소리를 내 비판을 받았다. 상황이 이러자 현장에 있던 중국인 심판이 '조용히 해달라'라고 말할 정도였다고 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중국이 아시아 최초의 테니스 메이저대회 우승자인 리나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정친원을 배출했지만 수준 있는 관중은 길러내지 못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친원과 나디아 포도로스카 경기가 열리고 있는 다이아몬드 코트.

ejj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