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도쿄전력, 후쿠시마 핵연료 반출 작업 전 '단 1번'도 현장 확인 안 해
8월 22일 첫 핵연료 데브리 반출 계획했으나 장치 설비 문제로 연기
폐로 계획 최종 단계로 넘어가는 작업인데…원청도 하청도 수수방관
-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지난달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핵연료 데브리(잔해 덩어리)를 꺼내 제거하는 작업이 실수로 연기된 가운데, 일본 도쿄전력과 원청기업이 사전에 단 한 번도 현장 시찰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NHK는 관계자를 인용해 2일, 이같이 보도했다.
지난달 22일, 도쿄전력 등은 원전 폭발 사고 후 처음으로 2호기 원자로에서 핵연료 데브리를 모의로 빼내는 작업에 착수하기로 했다가 장치 설비 문제로 직전에 연기했다.
작업에 사용되는 장치는 신축성 있는 가는 파이프 모양으로, 격납용기 안까지 밀어 넣는 구조다. 당국은 장치를 격납 용기 내부로 연결되는 배관 앞까지 밀어 넣었지만, 파이프 5개의 순서가 틀린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파이프는 지난달 28일, 하청업체 직원이 정렬해 둔 것인데, 한 달 가까이 순서가 잘못된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다. 도쿄전력은 문제가 발생한 후에야 부랴부랴 문제 원인 조사에 나섰다.
관계자는 하청기업 해당 공정을 사전에 예행연습 한 적이 없으며, 도쿄전력과 원청기업도 작업 착수 당일까지 한 번도 현장에서 파이프 순서를 확인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도쿄전력은 현장의 특수성이 문제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작업 시간이 제한될 정도로 방사선량이 높아 작업원이 특수 마스크를 장착해야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충분한 확인이 어려웠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야마나카 신스케 원자력규제위원회 위원장은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주민분들의 분노는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1·2주 연기되는 것에 일희일비할 것은 없다. 안전하게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당국은 이르면 이날 경제산업성 등에 조사 결과를 보고할 계획이다.
한편 데브리 반출 작업은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폐로 '중장기 로드맵' 중 최종 단계에 해당하는 제3기로 넘어가는 분기점이다.
당초 2021년 반출을 시작할 방침이었지만 3년가량 지연됐으며, 데브리를 모두 꺼내는 데 성공해도 방사성 폐기물로 처리하는 계획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2051년까지로 정해둔 마감 시한도 지켜질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지금까지 원자로에서 핵연료 잔해를 반출한 사례는 없었다. 1980년대 최악의 원전 사고로 꼽히는 체르노빌 원전 폭발의 경우, 사고 후 다량의 핵연료 잔해가 남았지만 콘크리트로 덮어 폐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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