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꺾었다" 배트민턴 男복식 금메달에 대만 '환호성'[올림픽]
'정치 숙적' 中 꺾자 라이 총통 "강력한 적에 끝까지 맞서 싸워"
대만 응원 현수막 든 관객 퇴장당하기도…청천백일기도 제재
- 정지윤 기자
(서울=뉴스1) 정지윤 기자 = 파리올림픽 배트민턴 남자 복식 경기에서 대만이 정치적 숙적인 중국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자 대만 전역이 환호로 물들었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대만 매체 타이완뉴스에 따르면 이날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배트민턴 남자 복식 결승전에서 대만의 왕치린-리양 조와 중국의 량웨이펑-왕창 조가 맞붙었다.
대만 타이베이 중앙역에는 1000명이 넘는 관중이 모여 한마음 한뜻으로 대만 선수들을 응원했다. 대만이 득점하는 순간에는 환호하며 박수를 보냈고, 실점할 땐 작은 탄식을 곁들인 침묵이 흘렀다. 사람들은 "대만을 응원해!"라고 외치기도 했다.
단체응원을 하러온 라이 아이린(27)은 "우리는 정치적 상황 때문에 중국을 이기고 싶다"며 "대만의 힘을 증명하고 국제적 지위를 확인할 기회"라고 말했다.
이윽고 시작된 경기에서 21-19로 먼저 1게임을 이긴 대만은 18-21로 2게임을 중국에 내줬다. 심기일전한 대만은 결국 3게임을 21-17로 다시 중국을 꺾고 이번 올림픽 첫 금메달을 손에 쥐었다.
승패가 결정되자 대만인들은 "타이완 넘버원"을 외치며 승리의 순간을 만끽했다. 기쁨이 흘러넘친 나머지 일부 관중은 바닥에 쓰러져 괴성을 내지르기도 했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도 SNS에 "대만 팀은 강력한 적들에 맞서 끝까지 싸워 대만을 단결 시키고 영감을 불어넣어줬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대만과 중국의 경기가 환호의 장면을 연출했지만 동시에 양국 간 더욱 깊은 지정학적 분열을 드러냈다고 밝혔다.
중국과 오랜 기간 주권 분쟁을 겪고 있는 대만은 올림픽에서도 지위를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대만은 1979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결의안에 따라 대만이라는 국명 대신 '중화 타이베이'라는 이름으로 출전하고 있다. 더불어 국기인 청천백일기 또한 사용이 금지됐다.
이날 결승전을 앞두고는 한 팬이 경기장에서 'Go Taiwan'이라고 쓰인 녹색 현수막을 들고 있다가 퇴장당하기도 했다. 일부 팬들은 얼굴에 그려진 청천백일기 모양 페이스페인팅에 경고를 받아 그림을 지우기도 했다.
대만을 응원하러 온 관객 펑청양은 "우리가 여기에 온 것은 우리가 국가임을 보여주고 우리 국민을 지지한다는 정치적 행동"이라며 "우리에게 국기는 필요없다. 중요한 건 국민 뿐"이라고 강조했다.
stopy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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