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케 3선 달성에도 마냥 웃을 수 없는 기시다…'최악'은 모면
자민당, 도의회 보궐선거 부진…고이케 낙선했다면 기시다 실각 가능성도
당내서는 '고이케 승리가 자민당 승리는 아냐' 쓴소리…정권 운영 험로
-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플러스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마이너스는 아니다"
7일 실시된 도쿄도지사 선거 결과에 대한 기시다 정권 간부의 한 줄 평이다.
당선자는 3선을 달성한 고이케 유리코(71) 현직 도쿄도지사. 선거 기간 내내 '스텔스 지원'을 이어온 자민당도 안도의 한숨을 돌리는 모양새다.
도쿄도지사는 일본 정치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직책 중 하나다. NHK에 따르면 고이케 도지사는 42.8%의 득표율로 범야권의 지지를 받는 렌호 후보를 포함한 55명의 후보를 따돌렸다.
무소속 출마임에도 높은 득표율을 얻은 기반에는 도의회 연합회·지역정당 도민퍼스트회 외에도 집권 자민당·연립여당 공명당·국민민주당 등 범여권의 지지가 있었다.
특히 자민당은 끊이지 않는 불법 정치자금 스캔들로 후보조차 내지 못하고 조용히 고이케 도지사를 후방 지원해 왔다.
자민당 간부들이 고이케 도지사의 가두 유세에 참여해 지원 연설을 하는 일도 없었다. 렌호 의원의 가두 연설에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 등 입헌민주당의 간판들이 등장해 힘을 실어준 것과 대조적이다. 혹여 앞에 나섰다가 스캔들로 역풍을 맞을까 우려한 탓이다.
선거 후 오부치 유코 자민당 선거대책위원장은 "앞으로 전국에서 이뤄질 선거에도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정치 신뢰 회복은 아직이지만 다시 한번 옷깃을 다듬고 개혁에 임하고자 한다"고 논평했다.
마이니치신문은 만약 고이케 도지사가 낙선한다면 정권도 불가피하게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으며, '기시다 끌어내리기' 움직임이 한 층 더 본격화될 가능성도 있었다고 분석했다.
선거 기간 중 기시다 총리와면담한 한 자민당 간부는 "총리는 도지사 선거와 도의회 보궐선거 정세를 신경쓰고 있는 모습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나오코 아오키 워싱턴 랜드연구소 소속 정치학자는 블룸버그에 "도쿄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승리하고, 도쿄도의회에서 어느 정당이 얼마나 많은 의석을 획득하는지는 자민당이 스캔들에 대처하고 낮은 지지율에 대응하는 데 중요한 요소"라고 짚었다.
자민당은 이번 도의회 보궐선거에서 총 8개 지역구에 후보를 내고도 2석밖에 얻지 못했다. 선거 전보다 의석이 줄었지만 고이케 도지사가 승리함에 따라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다는 것이 일본 언론의 중론이다.
하지만 고이케 당선에 따른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고이케 도지사가 자민당 소속 후보로서 승리한 것이 아닌 만큼, 침체한 정권의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계기가 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자민당 내부에서조차 "자민당이 지원해서 (고이케 도지사가) 이겼다는 것은 엉터리다"는 쓴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자민당은 불법 정치자금 스캔들 이후 선거가 열리는 족족 패배해 왔다. 니혼테레비에 따르면 지난 4월 중의원 보궐선거에서는 3석을 모두 내줬고 5월 시즈오카현 지사 선거에서도 범야권 후보에 패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시다 정권은 앞으로도 험로를 걸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재선을 바라고 있지만 지방조직 및 일부 국회의원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히 퇴진론이 제기되고 있다.
당내에서도 모테기 도시미쓰 간사장·고노 다로 디지털상 등은 9월 당 총재선거 출마를 시사했으며, 아소 다로 부총재·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 등은 유력 후보자들과 면담을 거듭하고 있다.
한 자민당 간부는 "이 상황에서 총리가 총재선에 출마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realkwo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