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왕 부부 2년 후 방한 추진 움직임…기시다의 '외교 성과' 의중"

일본 주간지 조세이지신 보도…궁내청 관계자 발언 인용
"2025년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되는 해"

나루히토 일왕과 마사코 왕비가 지난 1월1일 도쿄 아카사카 영빈관에서 새해를 맞아 대국민 영상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한일 관계가 해빙 분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2년 후 일왕 부부의 한국 방문을 성사시키려는 움직임이 일본 정부 내에서 나오고 있다고 일본 주간지 조세이지신(女性自身)이 13일 보도했다.

이 잡지는 일본 왕실 사무 관장 부처인 궁내청 관계자를 인용, 내후년인 2025년이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이 되는 해라는 점을 들어 나루히토 일왕과 마사코 왕비의 방한을 실현시키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의 이런 계획이 성사된다면 역대 최초의 일왕 부부의 방한이 된다.

지금까지 한국 대통령이 일본에 국빈 방문한 경우는 있었지만,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국빈을 초청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일왕 부부의 방한 추진 배경에는 외교적으로 '정치적 유산'을 남기고 싶어 하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계산도 얽혀 있다고 이 매체는 분석했다.

총리 관저 관계자는 이 잡지 인터뷰에서 "기시다 정권은 '최초'라는 성과에 집착해 왔다"며 "전례 없는 일왕 부부의 한국 방문이 실현되면 역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3월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해 전후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전쟁 지역에 발을 들였다는 역사를 썼다. 또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는 4대 핵보유국 정상들을 처음으로 모두 불러 모으는 등의 실적을 쌓았다.

조세이지신은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하기 전까지 한일관계는 전후 최악의 수준이었지만, 윤 대통령이 정치·경제·문화 등 다분야에서 일본과 관계 개선을 추진하는 만큼 기시다 총리도 이를 기회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지금은 상왕이 된 아키히토 일왕 부부도 한때 방한을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86년 당시 왕세자였던 상왕 부부는 방한 쪽으로 가당히 잡혔으나 당시 미치코 왕세자비의 입원과 일제강점기 기억이 짙게 남은 한국 국민들의 대일감정 배려 명목으로 미뤄졌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빌뉴스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홈페이지) 2023.7.12/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실제로 일왕 부부의 방한이 성사되면 두 사람이 무슨 발언을 할지 한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주목하게 된다고 이 매체는 부연했다.

일본 왕실 출입기자는 이 매체 인터뷰에서 "마사코 왕비는 왕실에 들어가기 전 외교관이었다는 경력도 있고 차세대 한일관계를 상징하는 방문을 성공적으로 이끌 것"이라며 "물론 일왕 부부를 환영하는 한국의 여론도 필요하고 현지에서의 안전성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세이지신은 "한일 양국이 '역사의 인연'을 극복할 수 있을지 여부는 2년 후 (일왕 부부가) 방문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적었다.

한일 관계가 급속도로 진전되고는 있지만, 과거사 문제에 전향적 입장을 보였던 아키히토 상왕조차 성사하지 못했던 방한을 나루히토 일왕이 이룰 수 있을지 관건이다.

아키히토 상왕은 재임할 동안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등 모두 5명의 한국 대통령들과 회동했다. 그는 1990년 노태우 전 대통령과 만나 "우리나라(일본)가 초래한 불행했던 시기에 한국 사람들이 겪었던 고통을 생각하면 '통석(痛惜)의 염(念)'(몹시 애석하게 생각하는 마음)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사과의 뜻을 전한 바 있다.

그러나 아키히토 상왕은 끝내 한국을 방문하지 못하고 지난달 31일 퇴위했다. 한국과의 우호를 중시했던 그는 2002년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한국 정부의 초청을 받는 등 몇차례 방한을 추진했지만 모두 성사되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교도통신은 "아키히토 전 일왕은 1910년~1945년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은 한반도땅을 밟지 못했다"며 "한국 방문은 그의 장남 나루히토 일왕에게 미완의 숙제로 남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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