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우크라에 '필승 주걱' 선물…日서 "부끄럽다" 비판

샤모지 '적을 잡아먹다' 의미…젤렌스키에 선물
누리꾼들 "부끄러운 선물"…野 "선거운동" 비판도

2021년 9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국회 내 사무실에서 '필승'이라고 적힌 대형 샤모지(밥주걱) 옆에 서있다. 샤모지는 러일 전쟁 당시 주걱으로 밥을 먹듯이 '적을 잡아먹다'는 의미가 담겨 있어 승리를 기원하는 상징물로 알려져있다. (닛칸스포츠 갈무리)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우크라이나에 승리를 기원하는 대형 밥주걱을 선물한 것을 두고 일본 내에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온라인은 물론 정치계에서도 "부끄러운 선물"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23일(현지시간) 일본 매체 스포니치아넥스와 제이캐스트 등에 따르면 이날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기시다 총리가 우크라이나 키이우 방문 당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샤모지'(밥주걱)를 선물했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가 선물한 약 50㎝ 길이의 샤모지는 히로시마산으로 총리의 서명과 함께 '필승' 문구가 크게 적혀있다.

샤모지는 러일 전쟁 당시 주걱으로 밥을 먹듯이 '적을 잡아먹다'는 의미가 담겨 있어 승리를 기원하는 상징물로 알려져있다. 또 '행운과 복을 퍼담는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도 한다.

기시다 총리는 외무상이던 2015년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에게도 한일수교 50주년 로고가 새겨진 히로시마산 샤모지를 선물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일본에서는 "필요없다고 생각한다" "부끄럽다" 등의 반응이 빗발치고 있다.

한 누리꾼은 "샤모지를 이번에 일본 야구 대표팀에 주면 상관없지만 전쟁 중인 나라의 대통령에게 선물하는 것은 센스가 없다"며 "샤모지는 1000마리의 종이학 같은 선물로 일본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곤란한 선물이다"고 지적했다.

일본에서 1000마리의 종이학은 행운을 가져다주고 아픈 이들의 회복을 앞당길 수 있다고 여겨지는 선물이다. 지난달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당시에도 일본에서 종이학을 접어보내려는 움직임이 있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또 기시다 총리가 "선거 운동을 위한 일종의 퍼포먼스를 벌인 것"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렌호 참의원은 트위터에 샤모지 선물과 관련 기사를 첨부하며 "선거와 전쟁을 구별하지 못하고 있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히로시마 출신인 기시다 총리가 내달 일본 통일지방선거를 앞두고 히로시마산 특산품을 선물함으로써 동향 지지자 결집과 실적 쌓기 등을 노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어 렌호 의원은 "그(총리)의 가족이 비서관인데도 아무도 말리지 않는다"고 말하며 기시다 총리가 장남을 비서관으로 기용한 사실도 꼬집었다.

같은 당 소속 스기오 히데야 의원은 트위터에 해당 기사를 공유하며 "이게 진짜일까? 믿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jaeha6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