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서 3주 새 9000명 사상·헤즈볼라 지도부 연쇄 제거…제2의 가자되나

가자 제외 20년간 세계에서 벌어진 "가장 강렬한 공중 작전"
레바논인 5명 중 1명 피난길 올라…영토 25%가 대피령 대상

5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한 남성이 포연이 피어오르는 건물 붕괴 현장에 덩그러니 서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 1일부터 헤즈볼라 소탕을 목표로 레바논 지상 작전을 시작했다. 4일 하루 동안에만 25명의 레바논인이 사망했다. ⓒ AFP=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이스라엘이 레바논 본토에서 지상 및 공습 작전을 시작한 후로 사상자 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3주가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사상자 수는 벌써 9000명에 육박한다.

CNN은 레바논 보건부를 인용해 약 3주 사이, 어린이 127명을 포함해 1400명이 사망하고 7500여 명이 부상했으며 100만 명 이상이 피난길에 올랐다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은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한 지난해 10월부터 서로 국경 너머로 공격을 이어왔다. 하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공격으로 대피한 이스라엘 북부 주민들의 귀환"을 새로운 전쟁 목표로 선포한 후로는 점차 전면전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공격은 전례 없는 강도로 이뤄졌다. 갈등 감시 단체 에어워즈는 이번 레바논 공격이 가자지구를 제외하면 지난 20년간 세계에서 벌어진 "가장 강렬한 공중 작전"이라고 논평했다. 지난달 24일, 25일 이틀간 사용된 탄약 개수는 2000개, 공격 횟수는 3000번에 달했다.

의도대로 헤즈볼라와 레바논에 머물고 있던 하마스 핵심 인사들은 차례차례 제거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27일, 헤즈볼라의 거점을 집중 공격해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와 이란 혁명수비대(IRGC) 작전부 사령관 아바스 닐포루샨을 제거했다.

이어 지난 2일에는 베이루트 남부 교외 지역을 공습해 나스랄라의 후임으로 낙점된 하심 사피에딘 암살을 시도했다. 사피에딘은 연락이 두절됐으며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5일에는 무장정파 하마스의 군사 조직, 알카삼 여단(IQB)의 지도자 사이드 아탈라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가족 3명과 함께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집행 기관 담당자와 조직원 2명도 제거됐다.

시리아 난민들이 30일(현지시간) 레바논 시돈에 있는 주차장에서 노숙하고 있다. 레바논 남부에서 지내던 이들은 이스라엘의 계속된 공습으로 피난길에 올랐다. 2024.09.30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종일 기자

이스라엘은 무장세력을 겨냥한 공격이었다지만 막대한 민간인 희생이 따라왔다.

에어워즈의 이사 에밀리 트립은 공습 규모가 극히 "비정상적"이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그는 지난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 사례가 이런 대량 공격을 정상화했다고 꼬집었다. 가자지구 건물의 약 60%는 이스라엘의 무기에 파손되거나 무너졌다.

레바논 본토 공격은 이스라엘과의 국경을 맞댄 남부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5일부터는 팔레스타인 난민 캠프가 위치한 북부 트리폴리도 공습 대상이 됐다.

하루아침에 난민이 된 이브라힘 나잘은 AFP통신에 "전쟁이 멈추기를 원한다. 우리 집이 모두 사라졌다"고 한탄했다.

이스라엘이 레바논 주민들에게 충분히 공습 경고를 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CNN팀은 다수의 이스라엘 공습이 사전 경고 없이 발생했다며, 대피 명령이 내려지더라도 "대부분 사람들이 잠을 자는 한밤중"에 "문자"로 공지된다고 전했다.

국제 앰네스티는 이런 메시지 경고가 민간인 피해를 제한해야 한다는 국제 인도주의법상 책임을 면제해 주지는 않는다고 짚었다.

레바논인 5명 중 1명은 이스라엘의 공격을 피해 집을 등졌으며, 영토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지역에 대피 명령이 내려졌다.

필리포 그란디 유엔난민기구 대표는 현장에 도착해 "레바논은 끔찍한 위기에 직면했다"며 국제적 지원을 호소했다.

3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접경인 레바논 남부 키암에서 이스라엘 군의 공습을 받아 연기가 솟아 오르고 있다. 2024.10.04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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