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관리들 "가자지구 휴전되면 보복 공격 중단 가능하다"

로이터 13일 이란 고위관료 인용보도…"협상 지연술 쓰면 헤즈볼라와 함께 공격"
"대표단 파견해 막후에서 미국과 논의"…휴전 성과가 양국 전면전 피할 명분될듯

3일(현지시간)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거점인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인근 도로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의 모습. 왼쪽부터 지난달 31일 피살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와 2020년 1월 피살된 이란 쿠드스군 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 지난달 30일 피살된 헤즈볼라 고위 사령관 푸아드 슈크르의 초상이 그려져 있다. 2024.08.03. ⓒ AFP=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가자전쟁 휴전이 중동 확전을 막을 유일한 해법으로 급부상했다. 오는 15일(현지시간) 휴전 협상에 진전이 없을 경우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한 군사적 보복을 감행하기로 했다는 내부 전언이 흘러나오면서다. '시간 끌기식 협상은 하지 않겠다'는 하마스에 보폭을 맞춰 이란도 이스라엘에 대한 압박 강도를 끌어 올리는 모습이다.

13일 로이터 통신은 가자전쟁 휴전 타결만이 이란의 대(對)이스라엘 보복을 막을 수 있다고 이란 고위 관료 3명을 인용해 단독으로 보도했다. 이들은 휴전이 불발되거나 이스라엘이 협상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판단이 들 경우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비롯한 이란의 대리세력과 함께 이스라엘을 직접 공격할 것이라고 로이터에 전했다.

다만 로이터가 접촉한 관료들은 이란이 얼마나 휴전 협상을 기다렸다가 군사적 대응에 나설지는 밝히지 않았다. 앞서 지난달 31일 이란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수도 테헤란을 방문했던 하마스의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숙소에서 피살되자 이란은 이를 이스라엘의 소행으로 보고 즉각 군사적 보복을 천명했지만 보름이 지나도록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도 하니예 피살 하루 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이스라엘이 감행한 표적 공습으로 고위 군사령관 푸아드 슈크르를 잃어 이스라엘에 대한 대대적인 앙갚음을 예고한 상태다. 보복이 미뤄진 이유에 대해 이날 관료들은 이란이 최근 며칠간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들과 물밑에서 치열한 대화를 나눴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휴전 협상은 오는 15일 카타르 도하 또는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릴 예정이다. 그간 휴전을 중재해 왔던 미국, 이집트, 카타르 3개국 정상이 지난 8일 협상 재개를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하자 이튿날 이스라엘이 협상 테이블로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며 성사됐다. 그러나 11일 하마스는 더 이상의 논의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공세를 지속할 시간만 벌어줄 뿐이라며 협상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 전쟁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온전한 휴전 협상이 재개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이란은 그간 휴전 협상의 공식 중재국은 아니었지만, 특별히 이번에는 대표단을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관료들은 대표단이 협상 테이블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겠지만, 미국과 외교적 소통을 계속하기 위해 막후 논의에는 참여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와 관련해 유엔 주재 이란 공관은 이날 로이터에 이란이 휴전 협상에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겠다고 답변했다.

전문가들은 하마스를 지원해 온 이란도 이스라엘과의 전면전은 피하고 싶어 한다며 이란이 보복 수위를 조절하는 가운데 이를 거둬 드릴 명분을 동시에 찾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란에서 활동하는 개혁 성향의 언론인 사이드 라일라즈는 이날 로이터에 자국 지도자들이 "전면전을 피하면서 인센티브를 얻고 역내 입지를 강화하고자 가자전쟁을 휴전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이전에는 휴전에 관여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핵심적인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seongs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