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독, 자국민 '레바논 출국' 권고…이-헤즈볼라 전면전 우려
"교통·통신 온전할때 출국해야"…'상황 급변' '지역 충돌' 가능성 거론도
골란고원 축구장 피격에 전면전 위기…각국 항공사 베이루트 이·착륙 결항
- 김성식 기자, 박재하 기자,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박재하 강민경 기자 = 이스라엘 점령지 골란고원의 축구 경기장이 로켓에 피격되자 미국, 영국, 독일이 자국민을 대상으로 레바논 출국을 권고했다. 레바논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공격 배후로 지목한 이스라엘이 가혹한 보복을 천명하면서 가자 전쟁을 계기로 산발적으로 무력 충돌을 빚었던 양측이 전면전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AFP 통신에 따르면 29일(현지시간) 미 국무부 영사국의 레나 비터 차관보는 레바논 주재 미국 국민들에게 "위기가 시작되기 전에 떠나야 한다"며 출국을 권고했다. 그는 현지 교통·통신 인프라가 온전히 작동하는 지금이 출국 적기라며 이를 놓치면 장기간 머물 레바논 내 은신처를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영국과 독일도 레바논 주재 자국민들에게 동일한 권고를 내렸다. 데이비드 라미 영국 외무장관은 소셜미디어 엑스(X)에 "우리는 영국 국민들에게 레바논을 떠나고 여행하지 말 것을 권고한다"며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바스티안 피셔 독일 외무부 대변인도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레바논을 떠나야 한다"며 "지역적 충돌이 발생하면 상황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레바논을 오가는 항공편이 잇달아 결항하는 것도 이들 3국이 자국민 출국을 촉구하는 배경이다.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는 이날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이·착륙하는 모든 노선의 운항을 내달 5일까지 중단한다고 발표했고, 그리스 항공사 에게도 베이루트 운항을 잠정 중단했다. 터키항공, 튀르키예 저가항공사(LCC) 선익스프레스, 에티오피아 항공 등도 이날 베이루트에 착륙할 예정이던 항공편을 취소했다.
앞서 골란고원의 한 축구 경기장에 지난 27일 로켓이 떨어져 어린이와 청소년 등 12명이 숨지고 44명이 부상했다. 헤즈볼라는 자신들의 소행임을 부인했으나, 이스라엘은 로켓 파편을 근거로 헤즈볼라를 배후로 지목해 보복을 예고했다.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골란고원의 마을 마즈달 샴스를 방문해 "이스라엘은 이곳에 대한 공격을 그냥 지나치지 않겠다"며 "우리의 대응은 가혹할 것"이라고 말했다.
골란고원은 이스라엘과 시리아 사이에 위치한 고원 지역으로, 1967년 3차 중동전쟁 당시 이스라엘에 점령당했다. 이스라엘은 1981년 골란 고원법을 통과시켜 이 지역을 병합했으나 유엔 등 국제사회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레바논 남부를 기반으로 활동해 온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으로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발발하자 하마스 지지 의사를 표명하며 이스라엘-레바논 국경 일대에서 이스라엘군과 이따금 포격·총격을 주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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