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철군에 가자주민 일부 복귀…잔해더미 속 일상생활은 요원
NYT 8일 칸 유니스 주민 인터뷰…"20년 터전, 버튼 한방에 잔해로"
"집 붕괴돼 천막 신세 못 벗어나"…"곳곳에 널린 시신, 부패 심각"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에서 이스라엘군이 병력을 철수하면서 최남단 도시 라파에 머물던 주민 일부는 고향으로 복귀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6개월간 이어진 공습과 포격에 잔해더미로 돌변한 삶의 터전에 주민들은 예전과 같은 일상을 살아갈 수 있을지 감히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로 복귀한 주민들의 착잡한 심정을 보도했다. 전쟁 발발 이전, 칸 유니스의 나세르 병원에서 소아과 진료를 맡았던 아마드 알파라(54) 박사는 이날 NYT와의 통화에서 3개월 만에 집에 돌아왔지만, 정원으로 무성했던 3층짜리 주택이 잔해더미가 됐다고 증언했다.
알파라 박사는 "20년 동안 이 집을 짓기 위해 일했다. 그간 벽돌을 하나씩 올린 것과 다름없다"면서 "(미사일) 버튼 한 방에 잔해로 변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 모습을 처음 봤을 때 "완전히 무너져 내려 거의 기절할 뻔했다"며 아내와 10대 딸 2명도 눈물을 훔쳤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알파라 박사는 칸 유니스의 지역 대부분은 현재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됐다고 전했다. 건물과 주택은 무너져 내리고 불에 탔으며 잔해더미 사이를 불도저로 밀어내고 나서야 간신히 길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는 "칸 유니스는 2차 세계대전 때만큼 심각한 상황으로 전멸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칸 유니스에 돌아온 주민 상당수가 여전히 천막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알파라 박사는 "주민들이 자신의 집에 머물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천막을 옮기고 있다"며 "온 가족의 꿈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앞으로도 천막 속에서 여생을 살아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니마 아부 아줌(45·여)은 일가족이 이번 주 내로 라파에서 칸 유니스까지 약 10㎞를 도보로 이동할 계획이다. 아줌은 오랫동안 꿈꿔왔던 귀향이 현실이 됐지만 라파 대피를 거부했던 동생이 잔해에 묻혀있단 비보를 고향에 먼저 도착한 친척들로부터 전해 들었기 때문에 발걸음을 좀처럼 내딛지 못하고 있다. 그는 이날 NYT와의 통화에서 "더 이상 집이 없다"며 "동네에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칸 유니스에 도착한 아크람 알 사트리(47)는 거리가 온통 불도저로 파헤쳐지고 잔해더미가 사방에 널려 있어 정상적인 보행이 불가능하며 무너진 주택 사이로 곳곳에서 주민들의 시신이 보이지만 부패가 심해 생전 입었던 옷으로만 간신히 신원을 구분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전날(7일)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남부에서 1개 여단만 남기고 대부분의 병력을 철수시켰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이 정확한 철군 배경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하마스 섬멸을 거듭 주장하며 '라파 침공일은 이미 정해졌다'고 거론하면서 가자지구 피란민들의 불안감은 되려 높아진 실정이다. 알파라 박사는 현지 주민들이 이슬람 금식성월 라마단이 끝나는 오는 9일 대규모 지상 작전이 전개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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