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라마단까지 인질 석방하라"…라파 지상작전 초읽기
라마단 볼모로 압박 수위 높여…성지순례 금지하기도
하마스 굴복 안할 듯…지상전으로 민간인 피해 불가피
- 박재하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이스라엘이 하마스에 인질 석방 기한을 라마단으로 못 박으면서 라파 지상작전이 초읽기에 들어갔음을 시사했다.
기한까지 제시하면서 하마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 협상을 유도하려는 셈법이지만, 하마스 역시 끝까지 버티고 있어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강 대 강 대치 속에 결국 이스라엘군이 라파로 밀고 들어가 대규모 민간인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전시 내각의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는 전날 "라마단까지 인질들이 집에 돌아가지 못하면 라파 지역을 포함한 모든 곳에서 전투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라마단은 이슬람의 금식성월로, 올해는 내달 10일부터 4월 8일까지다. 이슬람교도는 이 기간 낮 동안 금식한다.
간츠 대표의 라마단 언급은 이스라엘이 라파를 공습하며 지상작전을 시사한 이래 처음 구체적인 기한을 제시한 것이다.
이는 이스라엘이 라마단을 목표로 정한 것은 인질 석방 협상과 관련해 하마스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라마단은 이슬람에서는 신성한 기간으로, 이를 위협하면서 하마스의 심리적 부담을 증가하려는 것이다. 특히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라마단 기간 아랍계 주민들의 동예루살렘 알아크사 사원 방문을 금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알아크사 사원은 성전산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슬람의 3대 성지 중 하나로, 라마단 기간 많은 무슬림이 성지순례를 오는 곳이기도 하다.
다만 이스라엘의 이런 경고에도 하마스가 따르지 않아 지상작전을 감행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하마스 고위 관계자인 오사마 함단은 지난 19일 이란 국영 방송 인터뷰에서 라마단 전에 협상을 타결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이스라엘만큼 느끼지 않는다며 버틸 것임을 시사했다.
또 현재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과 인질 석방 협상에서도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단 3주 이내에 갈등이 봉합될 가능성은 요원하다.
이스라엘 역시 라마단 기한을 제시하면서도 결국 라파에 지상군을 투입할 전망이다.
이스라엘 정보 관료 출신 아비 멜라메드는 로이터에 "라파는 이스라엘이 '하마스 소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진입해야 할 곳"이라며 네타냐후 정부가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아들여 라파 지상작전을 유보할 가능성은 작다고 짚었다.
네타냐후 총리 역시 지난 18일 인질 석방 협상이 체결되길 바란다면서도 "결과에 상관없이 우리는 완전한 승리를 위해 일을 끝마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스라엘은 라파에 몰린 140만명의 난민들의 안전을 위해 적절한 대피 계획을 세우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전략을 밝히지는 않았으며 미국도 이스라엘의 호언장담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라파 지상작전으로 이스라엘군이 하마스를 완전히 굴복시킬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한 하마스 관계자는 로이터에 지난 4개월간의 전쟁 동안 이스라엘군이 주장한 1만2000명보다 훨씬 적은 6000명이 전사했다며 장기전을 대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네타냐후는 어려운 선택을 내리겠지만 우리도 마찬가지다"라며 "그는 가자지구를 점령했지만 하마스는 여전히 버티며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jaeha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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