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발 물류대란 막아라"…전 세계 팔 걷어붙인 이유는[딥포커스]

전 세계 해운 물동량 12% 홍해 항로 통과
가자지구 전쟁 오래 지속될수록 홍해 불안도 계속

예멘 해안경비대원들이 12일(현지시간) 예멘 남부 목하 마을 인근 해협에서 순찰선에 탑승하고 있다. 2023.12.12 ⓒ AFP=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에 반발하는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선박들을 습격하는 사건이 잇따랐다.

피해가 커지자 머스크 등 세계 유수의 해운사와 영국 최대 석유기업 BP 등이 홍해 운항을 중단하는 고육책을 내놨다. 미국이 이끄는 국제군이 순찰에 나섰다.

홍해는 국제 물류의 거점이다. 전 세계 해운 물동량의 약 12%가 홍해 항로를 통과한다. 범위를 컨테이너 교역으로 한정하면 비중은 약 30%에 달한다.

특히 홍해는 전 세계 원유 및 액화천연가스(LNG) 시장의 동맥이기도 하다. 원유분석업체 보르텍사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11월까지 하루 820만 배럴에 달하는 원유와 석유제품이 홍해를 지나갔다. LNG는 올해 기준 전 세계 수입량의 4%인 3억9100만톤이 이 운하를 이용했다.

하마스를 지지하는 예멘의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에 대응한다는 명목으로 수에즈운하를 드나드는 선박 가운데 이스라엘과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는 선박들을 공격해 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MSC는 지난 15일 밤 라이베리아 선적의 자사 화물선 팔라티움 3호가 홍해 남단 예멘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드론 공격을 받았다면서 일부 선박이 수에즈운하가 아닌 희망봉을 돌아가는 항로를 선택한다고 밝혔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저소득국가 및 경기침체 위기 유럽이 가장 큰 타격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은 후티 반군의 이 같은 공격이 홍해 주변의 지정학적·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무역 흐름을 방해하면서 안 그래도 취약한 세계 경제에 역풍을 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에너지를 수입하는 저소득 국가들과 경기 침체 직전에 놓인 유럽 국가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애틀랜틱카운슬은 전망했다.

실질적인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머스크와 하팍로이드, MSC와 같은 세계 해운업체들은 홍해 항로를 사용하지 않기로 한 상태다.

일부 선박들은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지불해 아프리카 희망봉 쪽으로 우회하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되면 중동에서 유럽으로 가는 시간이 최장 2주까지 길어진다.

한 무역업계 관계자는 ABC방송 인터뷰에서 "희망봉 항로로 가면 최소 10일은 더 걸리고 비용은 15%가 더 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차질은 수출업자와 수입업자, 그리고 최종 소비자들에게 비용을 전가하며 물가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 이미 전 세계 원유와 가스 가격은 급등했으며 일부 운송 보험료는 거의 두 배 뛰었다.

유가와 가스값이 상승하면 소비자물가지수가 상승해 각 중앙은행의 물가 완화 노력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애틀랜틱카운슬은 분석했다.

이집트 수에즈 운하의 모습 ⓒ AFP=뉴스1 ⓒ News1 이유진 기자

◇가자지구 전쟁 오래 지속될수록 홍해 불안도 계속

미국은 홍해의 운송을 보호한다는 목적으로 이른바 '번영의 수호자 작전'을 창설했다. 여기엔 △영국 △바레인 △캐나다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노르웨이 △세이셸 △스페인 등이 참여한다.

하지만 작전이 상업용 선박을 미사일 공격이나 위협으로 완전히 보호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만약 예멘 땅에 있는 미사일 기지를 공격하게 될 경우 분쟁 범위가 확대되고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며, 이는 국제 여론을 더욱 악화하고 분열시킬 수 있다고 애틀랜틱카운슬은 관측했다.

애틀랜틱카운슬은 "가자지구에서의 전쟁이 지속될수록 홍해에서의 미사일 공격으로 인한 운송 차질은 더 오래 계속될 것"이라며 "분쟁 확대는 지역 경제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고 이는 세계 경제에도 불똥이 튈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아직 정유사들의 패닉 바잉이나 행동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무역 상사의 한 분석가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2주 이상 상황이 지속되지 않는 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원유 트레이더는 "운송 지연은 중동 생산자들의 사워 원유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브라질과 가이아나, 노르웨이의 비슷한 품질의 원유로 대체될 수 있다"고 말했다.

past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