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 정권 아래서 사느니 이민 간다'…베네수 엑소더스 시작되나
마두로 정권 10년간 베네수 떠난 국민 약 750만 명에 달해
"터널 끝에 빛은 없었다"…좌절한 청년들 주변·라틴계 국가로 탈출 꿈꿔
-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중남미 베네수엘라에서 부정 선거 의혹으로 점철된 대통령 선거 결과에 낙담한 국민들이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피하기 위해 이민을 선택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AFP통신은 주변 국가들도 대규모 이민자 발생에 대비하고 있다며 2일(현지시간) 이같이 보도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경제 위기에 시달리는 베네수엘라에서 탈출한 국민은 약 750만 명에 달한다.
마두로 대통령 재선으로 모든 희망을 잃고 낙담한 호세 바스케스(31)도 이 대열에 합류하기로 했다. 그는 "터널 끝에 빛은 없었다. 나는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때 교사를 꿈꾸며 공부했지만 너무 낮은 급여에 결국 세일즈맨으로 일하고 있는 그는 "모두가 내 나이 또래 사람들이 떠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했다.
마두로 재선에 반대하는 항의 시위에서는 15살 소년과 16세 소녀를 포함해 최소 16명이 숨지는 등, 청년 사망자가 늘고 있다.
바스케스는 "이번 선거 과정에서 희망을 가졌지만 이제 대안을 생각해야 한다"며 자신의 삶에 대해 "슬프고 피곤하다"고 표현했다. 그는 친척이 있는 스페인으로 떠나는 선택지를 놓고 고민 중이다.
투표를 앞두고 여론조사업체 ORC 컨설토레스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이미 국민 5명 중 1명은 마두로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6개월 안으로 이주할 생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3년 취임한 마두로 대통령의 임기는 이번 대선으로 6년 더 늘어나 2031년까지 계속된다.
주변 국가들은 '대탈출'에 대비해 국경을 정비하고 있다.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은 "확실한 이유로 베네수엘라인 유입이 늘어날 것"이라며 국경 지역 보안을 강화했다.
파나마 정부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콜롬비아-파나마 국경을 넘은 이는 20만여 명 중 3분의 2는 베네수엘라 출신이었다.
이 밖에도 칠레와 페루 등이 이민자 통제를 강화했다고 공표했다.
유엔은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가 가장 많은 라틴 아메리카 5개국으로 콜롬비아(280만 명)·페루(150만 명)·브라질(56만 8000명)·칠레(53만 2000명)·에콰도르(44만 4000명)를 꼽았다.
realk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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