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서 북 ICBM 논의…"중·러가 부추겨" vs "미국 때문"(종합)
한미 "중러가 안보리 단합 막아…북한에 한목소리 내야"
러 "북 '악마화'하려고 회의소집"·중 "연합훈련 중단해야"
-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한국, 미국과 북한, 중국, 러시아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둘러싸고 책임 공방을 벌였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4일(현지시간) 북한 ICBM 발사를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로버트 우드 주유엔 미국 차석대사는 지난달 31일 북한의 신형 ICBM인 화성-19형 발사가 유엔 안보리 결의의 명백한 위반이라고 규탄했다. 또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행동에 반대하는 유엔 안보리 발언을 차단하고 북한을 부추긴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우드 차석대사는 "오늘 이 자리에 다시 모인 이유는 안보리 회원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반복적으로 북한을 보호하면서 이러한 핵실험의 정상화에 기여하고 북한이 안보리 제재와 결의를 위반하도록 독려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드 차석대사는 또 북한의 러시아 파병이 모두의 위협이 되고 있다고 언급하며 중국과 러시아가 방해를 멈추고 북한의 행동에 대해 단합되고 분명한 비난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준국 주유엔 한국 대사도 회의에서 북한이 불법 행위를 이어나가는 것이 중국과 러시아의 비협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황 대사는 한국이 지난 1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에 따라 핵공급그룹(NSG) 및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와 관련해 거래 금지 품목을 갱신할 것을 대북제재위원회에 제안했으나 중국, 러시아 반대로 무산됐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황 대사는 이어 ICBM 발사가 "어떻게 빈곤한 북한 정권이 다양한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계속 개발할 수 있느냐"는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며 "그 답은 북한이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을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장비, 재료, 기술에 접근할 수 있는 큰 허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해서는 '절박한 두 나라 간의 협력'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북한, 중국, 러시아는 한반도 긴장 고조가 미국과 동맹국의 책임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는 이례적으로 회의에 모습을 드러내 탄도미사일 시험이 주권국가의 자위적 방어라고 반박하면서 한미 연합훈련 확대가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킨다며 비난의 화살을 한미 양국으로 돌렸다.
김 대사는 북한에 미국의 핵 위협이 "그 규모와 위험성 측면에서 이미 임계점에 도달했다"며 "미국의 무모한 움직임으로 인해 잠재적인 상황이 전쟁 직전에 접근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김 대사는 미국 등 다른 국가들의 미사일 시험은 용인하면서 북한 미사일 실험은 불법으로 규정해 규탄하는 것이 '이중잣대'(double standard)라고 비판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 엄호에 나섰다. 안나 옙스티그네예바 주유엔 러시아 차석대사는 이날 회의 소집이 북한을 '악마화'하고 불안정한 한반도 정세를 북한 탓으로 돌리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옙스티그네예바 차석대사는 이어 미국과 동맹국, 동반자 국가들이 비효율적인 대북제재를 유지하면서 대규모 연합훈련과 같은 공격적 조치를 정당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옙스티그네예바 차석대사는 북한의 파병 여부에 대한 명확한 언급을 피했다. 다만 "일부 안보리 이사국들이 북한군 파병에 대한 '추측'을 반복하는 것은 놀랍지 않다"며 미국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에 수천 명의 군인과 무기를 보내는 것을 정당화하는 것이 이중잣대라고 주장했다.
이에 우드 차석 대사는 북한군이 러시아에 있는지를 재차 물었고, 러시아 측은 '미국 정부의 심문에 대답할 의사가 없다'며 즉답을 내놓지 않았다.
푸충 주유엔 중국 대사도 한반도 지역 불안정은 중국은 물론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도 이를 미국과 동맹국의 탓으로 돌렸다.
푸충 대사는 "안보리는 한반도 문제에 대해 건설적인 역할을 해야 하며, 단순히 제재와 압박을 가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완화하고 상호 신뢰를 증진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푸충 대사는 이어 오랜 기간 이어진 한반도 문제가 결국 북미간 상호 신뢰의 문제라며 북한과 대화 재개를 위해 미국이 동맹국과 연합훈련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gwki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