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은행 내일 금리 0.5% 동결 유력시…트럼프 관세 리스크 관건
춘투 임금인상률 34년래 최고…5월 조기 금리인상설
관세전쟁발 수출 불안에 7월 참의원 선거 前 정국 변수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겠지만 다음 인상시기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얼마나 제공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일본은행은 18~19일 이틀 일정의 금융정책 결정회의를 마치고 단기 정책금리를 0.5%로 유지할 것이 유력시된다.
더 큰 관심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이 수출 의존형 일본 경제에 얼마나 큰 리스크를 초래하고 이에 따라 다음 금리인상 시기에 대해 어떤 신호를 보낼지다.
로이터가 조사한 이코노미스트 중 3분의 2 이상이 일본은행이 3분기에 금리를 0.75%로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 시기는 7월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일본 경제는 내부적으로 금리인상 경로를 따라 가고 있다는 점에서 빠르면 4월 30일과 5월 1일 열리는 다음 회의에서 인상 가능성도 점쳐진다. 인플레이션은 2% 목표 달성을 향해 꾸준히 진전중이고 임금 인상까지 받쳐 주는 분위기 덕분이다.
일본 대기업들은 이번 주 노조와의 임금 협상에서 3년 연속 대폭 임금인상을 제안했다. 또 지난주 최대 규모의 노조 연합 단체인 렌고는 소속 노동자들이 34년 만에 가장 높은 임금 인상을 확보했다.
렌고의 봄 임금협상(춘투) 초기 집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진행 중인 협상에서 연평균 5.46%의 임금 인상률을 확보했다. 199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지난해 초기 수치인 5.28%도 넘는 것이다. 기본급 상승률은 평균 3.84%로 지난해 3.7%보다 빠르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꾸준한 임금상승 추세는 일본은행이 조만간 금리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는 의미다. 중소 기업의 근로자들도 작년보다 훨씬 높은 임금 인상을 확보하여 임금 인상 모멘텀이 경제의 더 넓은 부분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이이치생명연구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이자 일본은행 이사 출신인 구마노 히데오는 블룸버그에 "일본은행이 임금 인플레이션 사이클에 대한 자신감을 얻고 있을 것"이라며 "다음 금리인상 시기는 7월이 유력하지만, 이제 일본은행이 6월이나 5월 회의를 잠재적 시기로 고려하기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을 능가하는 임금 상승률을 달성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일본 노동부의 연례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실질 임금은 0.3% 떨어져 3년 연속 하락했다. 노무라 연구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키우치 타카히데는 기업의 임금 인상 능력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말했다. 생산성 저하, 엔화 흐름, 세계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이시바는 실질 임금 인상을 위해 물가 안정에 집중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트럼프의 무역 정책으로 인해 세계 경제가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일본은행 모두 견고한 내수가 필수적이다. 미국은 지난 12일 철강과 알루미늄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으며 4월 2일부터 자동차, 의약품, 반도체 등의 분야에 대한 상호 관세를 준비하고 있다.
일본 경제는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로 인해 직간접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일본이 대외 수요에 크게 의존할 수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일본 당국은 내수를 키워야 하지만 이번 주 초에 발표된 수정된 국내총생산(GDP) 데이터에 따르면 일본 경제는 작년 마지막 3개월 동안 순수출에 힘입어 완만하게 성장했지만 민간 소비는 여전히 부진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 혼란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미국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가 확산하며 일본의 수출 의존 경제에도 타격을 줘 일본은행이 금리를 높일 여유가 없어질 수 있다. 로이터의 일본은행 소식통들은 "일본 경제와 물가 동향은 정상 궤도에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해외 리스크가 높아졌다"며 "세계적 불확실성이 짙어지며 우려가 크고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시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지난해 7월 일본은행이 예상을 깨고 금리를 인상한 지 며칠 만에 글로벌 시장의 붕괴로 일본은행은 이후 한동안 금리인상을 주저했다. 일본의 '깜짝' 금리인상으로 저리의 엔화로 고리의 자산에 투자했던 캐리 트레이드가 대거 청산하며 도쿄 증시는 지난해 8월 5일 12% 폭락했다가 다음날 6일 10% 폭등하며 그야말로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한 바 있다.
MCP자산운용재팬의 히로키 시마즈 수석 전략가는 로이터에 "올해 강력한 임금 성과와 견고한 성장률은 5월 통화정책 정상화를 정당화하지만 일본은행은 아마도 해외 리스크를 면밀히 조사하고 싶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미국 주식시장에서 또 다른 큰 조정이 발생하면 일본은행은 금리인상을 연기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정치적 변수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이시바 총리는 최근 자신이 이끄는 집권 자민당 의원 15명에게 총 100만 엔(약 980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건넨 사실을 시인했고 지지율은 31%로 지난해 10월 내각 출범 이후 최저다.
7월 예상되는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높은 물가와 낮은 실질임금에 대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이시바 총리는 치솟는 쌀 가격을 낮추기 위해 쌀 비축량을 긴급 방출하고 가처분 소득을 높이기 위해 면세 소득 한도를 103만 엔에서 160만 엔으로 인상하는 조치를 내놓았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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