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기면 달러 5~10% 추가 상승"…월가, 11월 대선 셈법 분주
바이든-트럼프 리턴매치 유력…골드만삭스 "주요 시장 이벤트 될 것"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 선거를 10개월 앞두고 월가에서 복잡한 셈법을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뉴햄프셔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승리하면서 민주당의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재대결 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졌다. 11월 투표 결과에 따라 주식부터 달러, 채권까지 서로 다른 자산군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놓고 월가가 본격적으로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이번 선거가 "주요 시장 이벤트"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올해 선거를 전후로 정치적으로 촉발된 자산 가격 움직임이 상당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특히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되면 외환 시장에서 달러가 5~10%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골드만 삭스의 전략가들은 22일 보고서에서 예상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15일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트럼프가 승리한 이후 달러가 강세를 보인 시기를 연구해 "트럼프의 무역 및 국제 의제가 궁극적으로 달러에 5~10%의 추가 상승 여력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웰스파고 투자연구소의 사미르 사마나 수석 글로벌 시장전략가는 바이든 혹은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는 각자 첫번째 임기에서 이미 강조한 문제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했다. 트럼프는 감세, 바이든은 환경 지출이 핵심이다. 사마나 전략가는 "두 사람 모두 철학과 목표가 무엇인지에 관해서는 그다지 많이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TD 증권의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보고서에서 트럼프가 승리하면 2017년 감세를 영구화하는 데 성공해 세금 인하가 주식 시장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중국과의 무역 전쟁 재개에 대한 두려움이 감세에 따른 이익의 일부를 상쇄할 수 있다고 TD증권은 예상했다. 트럼프는 미국 제조업을 강화하기 위해 모든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전반적으로 10% 인상할 것을 제안했다.
감세는 또한 예산 적자 공포를 불러 일으켜 투자자들이 장기 채권 보유에 대해 요구하는 보상의 척도인 기간 프리미엄을 상승시켜 국채 가격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TD증권은 전망했다. 지난 여름 국제신용평가업체 피치는 미국 정부의 최고 신용 등급을 하향 조정하면서 향후 몇 년간 재정 악화가 예상되는 등의 요인을 언급한 바 있다.
또 TD증권 애널리스트들은 바이든의 승리를 법인세 인상으로 받아 들이며 주식에 부정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두 후보가 각자의 정책을 추진할 수있는 정도는 어느 정당이 하원과 상원을 장악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TD증권은 덧붙였다.
베이커 애비뉴 웰스 매니지먼트의 수석 전략가 인 킹 립은 태양열을 비롯한 신재생 에너지 회사의 주식이 바이든 재선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립 전략가는 "금리가 하락하고 청정 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한 정부 지출이 계속 늘면서 청정 에너지 산업이 두번째 바이든 행정부에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이버거 버먼의 분석가들은 공화당이 선거를 휩쓸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일환으로 약가 통제가 시행될 가능성이 낮아져 대형 제약 회사에 대해 "상당한 안도 랠리"를 촉발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노이버거의 주식 부문 최고 투자 책임자인 조셉 아마토는 "국내 중심 업종인 의료 서비스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으로부터 피난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월가 전략가들은 선거일까지는 시장이 가능한 모든 결과를 가격에 반영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웰스파고의 사마나는 "지난 몇 번의 선거는 정말 막판까지 가는 접전이었다"며 "폭주할 것처럼 보이기 시작하지 않는 한 시장이 어느 쪽에도 큰 베팅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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