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15000% 갈수도" 취임 아르헨 밀레이 고강도 개혁 예고

밀레이 취임 연설 "돈이 없다…충격요법 불가피"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취임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이 200%를 향하고 있는 수십 년 만에 최악의 경제 위기를 맞았다며 해결을 위해 급격하고 고통스러운 재정 충격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경고했다.

밀레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 지휘봉과 어깨띠를 두른 후 의회 계단에서 "충격적 조정에 대한 대안은 없다"며 말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경제가 악화할 것이라며 "돈이 없다"고 밝혔지만 취임식에 모인 지지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밀레이 대통령은 "퇴임하는 정부가 우리를 우리를 초인플레이션의 길로 내몰았다"며 "재앙을 피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이 연간 1만5000%에 달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이를 근절하기 위해 "이를 악물고 손톱을 세우며 필사적으로 싸우겠다(fight tooth and nail)"고 다짐했다. 그는 또한 1000억 달러에 달하는 부채 '폭탄'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취임 연설 이후 대통령궁 발코니에서 지지자들을 향한 짧은 연설도 했는데 그는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슬로건을 되풀이했다.

그는 "포퓰리즘의 밤이 끝나고 번영하고 아르헨티나가 자유롭게 다시 태어난다"고 표현했다.

자유주의 경제학자인 밀레이는 53세로 중국, 교황, 브라질에 대한 욕설이 난무하는 막말로 명성을 얻은 방송인 출신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그는 취임 연설에서 향후 경제 개혁과 관련해 세부적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주요 조치에는 "민간 부문이 아닌 국가가 부담하는" 삭감을 통해 국내총생산(GDP)의 5%에 해당하는 재정 조정이 포함된다고 밀레이 대통령은 말했다.

로이터는 "아르헨티나 정치계에서 외부인(아웃사이더)로 불리는 밀레이가 큰 도박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밀레이는 대규모 정부지출 삭감이라는 충격적 경제 해법으로 투자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이미 아르헨티나 국민의 2/5 이상이 빈곤층인 상황에서 그의 충격 요법은 더 많은 이들을 어려움으로 몰아 넣을 위험이 있다고 로이터는 전망했다.

아르헨티나가 직면한 경제 현실은 가혹하다. 순외환 보유고는 100억달러 적자로 추정되며 연간 인플레이션은 143%에 달하며 경기 침체가 임박했고 자본통제로 환율은 왜곡됐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아르헨티나는 수십 년 동안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며 정기적인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돈을 찍어냈다. 결국 인플레이션이 치솟고 페소화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올해 초 심각한 가뭄이 닥치면서 주요 현금 작물인 대두와 옥수수 매장량이 줄어들자 최근 몇 년 동안 상황이 더욱 악화했다.

주요 곡물 수출국인 브라질은 국제통화기금(IMF)과의 440억 달러 규모의 차관 프로그램을 개선해야 하며, 밀레이는 선거 기간 동안 비판했던 주요 무역 파트너인 중국과 브라질과의 관계도 개선해야 한다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한편 이날 취임식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우파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 우루과이의 보수 성향 지도자 루이스 라칼레 포우도 참석했습니다.

칠레의 좌파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 역시 참석했지만, 브라질의 좌파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와 멕시코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주요 불참 인사 에 속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