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엔 환율 저항선 150엔 뚫리고 파운드는 요동쳤다

미일 금리격차 확대 우려…영국 총리 사임에 정국 불안

영국 파운드, 중국 위안, 미국 달러, 일본 엔, 유로를 비롯한 주요국 지폐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 달러가 일본 엔 대비 32년 만에 최강세를 보이며 상징적 저항선(150엔)을 돌파했다. 영국 파운드는 리즈 트러스 총리의 사임 발표 이후 등락을 거듭하며 요동쳤다.

20일(현지시간) 뉴욕 거래에서 달러/엔 환율(엔화 가치와 반대)은 장중 150.28엔까지 치솟으며 1990년 이후 최고를 갈아 치웠다. 엔 환율은 도쿄 주요거래가 마무리되고 런던 거래 초기 순간 150엔을 넘겼다가 다시 149.63엔까지 내려왔지만 뉴욕거래에서 150엔을 넘겨 지속됐다.

시장 일각에서는 일본 재무성과 중앙은행 일본은행이 비밀리에 시장 개입에 나섰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전면적으로 시장에 재개입해도 엔저 추세를 당장 되돌리기는 역부족일 것이라고 애널리스트들은 입을 모았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강력한 금리인상을 굳힌 가운데 일본은행은 저금리 기조를 바꿀 기미가 없다. 이에 따라 미일 금리 격차는 더욱 벌어져 엔화를 더욱 끌어 내리고 있다.

오안다증권의 에드워드 모야 선임시장분석가는 로이터에 "일본은행이 저금리 기조를 바꾸거나 미국의 경제전망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악화해 연준이 긴축 정책을 걷어 들이지 않는 한 엔화 약세 베팅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은 높은 인플레이션 압박에 금리를 계속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최종 금리가 5%를 넘길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3.00~3.25%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연은)의 패트릭 하커 총재는 이날 매우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금리 목표를 올리는 것을 중단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구두로 시장 개입의 위협을 가했고 환율이 더 요동치면 실제 개입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MUFG의 데렉 할페니 유럽시장리서치 본부장은 "환율 반응이 무질서하면 개입할 준비가 됐다고 재무성은 분명하게 밝혀왔다"고 말했다. 일본은행의 다음 정책결정회의는 이달 27~28일이다.

트러스 총리가 경제 불안의 책임을 지고 사임을 결정한 이후 파운드는 하락했다. 파운드는 총리 사임 발표 직후 1% 급등했지만 정국 불안 우려에 하락 전환했다. 뉴욕시간 오후 5시 11분 기준 1파운드는 0.02% 밀린 1.1231달러를 기록했다.

트러스는 자금계획 없는 대규모 감세안을 내놓으면서 파운드는 사상 최저로 붕괴하고 영국 국채금리가 역대급으로 오르며 금융불안을 키웠다. 트러스의 사임 발표 직후에 파운드는 급등했지만 정국 불안이 커지며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하락세로 돌아 선 것이다.

반다리서치의 비라지 파텔 세계거시전략가는 "트러스라는 불확실성 프리미엄(위험)이 가라 앉았지만 문제는 누가 그 뒤를 이을지"라며 "최고 권력에는 단호한 누군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