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40년만 원유수출 재개 '첫걸음'…오일마켓 '격변' 예고

8월부터 비정제유 수출 허용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 AFP=뉴스1

</figure>미국 정부가 미국산 원유를 약 40년 만에 처음으로 수출하기 위한 길을 텄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상무부는 최근 석유기업인 파이오니어 내추럴 리소시스와 엔터프라이스 프로덕츠 파트너스에 대해 일명 콘덴세이트(condensate)로 알려진 초경질원유에 대한 수출을 허가했다. 초경질원유는 휘발유와 제트기 연료와 디젤 연료로 가공된다.

이번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초경질원유 수출은 오는 8월 소량으로 개시될 가능성이 있다. 양사가 어느 정도 규모의 수출량을 허가 받았는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현재는 파이오니어 내추럴 리소시스와 엔터프라이스 프로덕츠 파트너스 등 두 업체에게만 수출 허가가 떨어진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그동안 미국 정부에 대해 남부 텍사스 이글 포드 셰일의 유전지대에서 생산되는 가공 콘덴세이트를 수출할 수 있도록 허가해달라고 요청해왔다.

미국 정부가 양사에 대해 초경질원유 수출을 승인함에 따라 다른 석유기업들의 석유 수출 승인 요구도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미 상무부는 현재 미국 석유기업들의 원유 수출을 용이하게 해주기 위한 관련 지침을 작성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지난 1970년대 중동발(發) 오일쇼크를 계기로 1975년 에너지정책 보호법을 제정해 자국의 원유에 대한 수출을 규제해왔다.

현재 미국 석유기업들은 휘발유와 디젤유(경유·중유)는 수출이 가능하지만 원유의 경우엔 특별한 허가가 필요하다. 캐나다만 특별허가를 받아 수출이 가능하다.

1973년 당시 중동 국가들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들이 제4차 중동전(Yom Kippur War)에서 이스라엘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이들 국가들에 대한 석유 수출을 금지한다고 선언했다.

대서방 석유 금수조치로 유가는 4배로 뛰었고, 이로 인해 미국 전역에선 주유소별로 석유 배급제가 실시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 석유기업들이 미국 전역에서 대대적으로 셰일유 시추에 나서면서 초경질원유 가격은 배럴당 10달러 이상 하락해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를 밑돌게 됐다.

석유기업들은 적정 가격 유지를 위해 수출 규제를 완화해줄 것을 적극 로비해왔다.

◇ 美석유업계 "미국의 석유 수출이 국제유가 안정화시킬 것"

오바마 행정부의 관리들은 수개월 동안 석유 수출 규제를 완화할 것이라는 뜻을 내비쳤으나 미 의회는 이 같은 정부의 입장에 크게 반발해왔다.

일부 의원들은 석유 수출이 재개될 경우 국내 석유 공급이 줄어 연료비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고 석유 수출이 늘어나면 셰일가스 개발에 따른 환경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최근 이라크, 리비아, 우크라이나에서 지정학적 불안정성이 증가하며 WTI가 계속해서 배럴당 100달러를 웃도는 수준에서 형성되자 석유 수출 규제 완화 여부에 대한 논란은 더욱 가열됐다.

미국자동차협회(AAA)는 24일 미국인들이 소매가 기준으로 1갤런당 평균 3.68달러, 즉 1리터당 0.97달러(약 989.79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2008년 6월 말 이래 약 6년 만에 최고 수준이며, 일각에선 외부적 불안정성과 국내의 석유 공급 감소로 인해 향후 휘발유 값이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 "셰일에너지 붐 수출 통해 활로 터야"

하지만 최근 북미에서 셰일에너지 개발 붐이 일어 미국의 산유량이 크게 증가한 데 힘입어 석유 업계에선 미국의 40년간 지속된 석유 수출 제한 규정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지난 4월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1일 산유량은 지난 3월기준으로 820만배럴로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의 957만 배럴에 근접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 2011~2013년 미국의 전체 석유 생산은 1일 180만배럴 늘었다. 이중 96%는 경질원유 혹은 초경질원유였다.

업계 전문가들은 궁극적으로 미국 셰일가스 회사들의 1일 생산량인 300만배럴의 많은 부분을 초경질원유가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미국 대형 석유회사들은 휘발유 가격을 안정시키려면 정부가 원유 수출을 허용해 국내에서 남아도는 석유에 대한 출구를 마련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미국이 석유를 수출할 경우 국제 시장에 석유 공급을 늘려 중동 문제로 인한 유가 상승을 막아줄 것으로 보고 있다.

◇ 고개드는 전면 자유화 주장

미 상무부는 이번에 석유 수출 규제를 완화하면서 초경질원유에 대해 최소한의 가공만 거치면 수출이 가능한 석유로 재규정했다.

미국 정가에 가장 큰 영향을 가진 정책연구소인 브루킹스 인스티튜트에 따르면 내년부터는 1일 70만배럴의 초경질원유가 수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올해 초 미국 최대 석유 시추사인 콘티넨털 리소시스의 해럴드 햄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의 모든 형태의 원유가 수출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워싱턴 소재 정책분석기업인 클리어뷰 에너지 파트너스의 케빈 북 이사는 "미국 석유 업계는 석유 수출 전면 자유화를 원하고 있다"며 "미국 정부의 이번 콘덴세이트 수출 허용은 일부 석유기업들의 눈에는 걸음마 단계일 뿐"이라고 말했다.

미 상원 에너지위원회 소속인 리사 머코스키 상원의원(공화·알래스카주)은 이날 40년간 이어진 석유 수출 금지 규정의 완전 철폐를 촉구했다.

머코스키 의원은 성명을 통해 "상무부의 콘덴세이트 수출 허용 결정은 미국의 에너지 환경의 새로운 현실을 반영한 첫걸음이다"며 "미 행정부는 원유 수출 금지 규정을 전면 철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머코스키 의원은 지난 1월에도 에너지 수출에 관한 보고서를 통해 오바마 대통령과 상원에 원유 수출을 허용해줄 것을 촉구했었다.

당시 머코스키 의원은 "원유 수출 재개되면 국제유가가 떨어질 것이므로 미국의 국내 휘발유 가격도 하락할 것이다"며 "국내 셰일유 시장이 불균형을 일으키기 전에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밝혔다.

acen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