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청소 넘어 대학살로 가고 있다"…亞 국가들, 가자 상황 우려
'제주포럼 2024'…29일~31일 ICC제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해결을 위한 아시아 강대국의 역할'
- 권영미 기자
(제주=뉴스1) 권영미 기자 =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8개월간 이어지는 가운데 아시아 국가들이 가자 상황이 인종 청소를 넘어 대학살로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쟁 상황을 끝내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해 온 이들은 아시아 강대국들이 더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30일 오후 한국과 중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의 전·현직 외교관 및 전문가들은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제주)에서 개최 중인 '제주포럼 2024'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해결을 위한 아시아 강대국의 역할'이라는 제목의 세션에서 직접 보고 들은 가자의 참상을 전했다.
왈리드 시암 주한 팔레스타인 대표는 기조연설에서 가자 인구의 98%가 집을 잃었고 지역의 68%가 파괴됐다고 전했다. 사망자는 3만5000명에서 달하고 1만8000명이 실종 상태라고도 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철수해야, 그리고 이스라엘 군대의 공격 명령이 멈춰야 평화로운 팔레스타인이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드리는 우리의 국가 비전은 하나 됨과 정의, 지속가능한 개발 위의 국가다. 국제적으로도 긍정적으로 기여하고 싶고 회복 탄력성을 가진 국가가 되고 싶다"면서 "우리를 지지해달라. 평화를 위해서는 정의가 있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아델 압델 가파르 국제중동위원회 연구위원은 "3만5000명 사망자 중 어린이가 1만5000명"이라면서 "서구권 국가들이 이 만행을 돕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이 건설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경없는의사회 일본사무소 이사회 대표인 나카지마 유코는 "최근에 본 가자는 이전 분쟁 지역과는 차원이 달랐다"면서 "가장 절망적이고 파괴적인 상황이어서 보고 있기가 고통스러웠다"고 전했다.
다르마완 로노디푸로 전 인도네시아 외교관은 "가자 상황이 인종청소를 넘어 대학살로 바뀌고 있다"고 우려했다.
세션 참가자들은 현실 진단을 넘어, 어떻게 팔레스타인을 도울지도 논의했다. 주팔레스타인 초대 대표와 주이스라엘 한국 대사를 지낸 마영삼 전 대사는 "현재 한국 정부는 가치 외교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서 "이를 토대로 유엔 투표나 우리 정부 성명 등을 발표하고 있는데 잘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마 전 대사는 "이스라엘의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나 요아브 갈란트 국방부 장관 등은 온건파"라면서 "이들은 하마스의 완전 제거는 동의하지만, 전후에 이스라엘이 가자를 재점령하거나 통치하는 것은 반대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결국 미국과 이스라엘이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해 하마스를 제외한 다국적 통치기구를 가자에 세우고, 가자의 평화 상황을 유지하기 위한 국제유지군이 창설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후의 팔레스타인을 돕기 위해서는 세계 국가들이 평화촉진자 역할, 평화유지군 참여, 재정 및 개발 지원 등을 할 수 있다고 보았다. 마 전 대사는 한국 정부는 미국 입장마저 이스라엘이 무시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쓸 수 있는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냉철히 판단하고 미래에 팔레스타인이 민주적이고 사회적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로도디푸로 전 인도네시아 외교관은 "하나의 국가가 실제로 이스라엘에 뭔가 하도록 압박하는 게 쉽지는 않다"면서도 "양자 관계나 입장이 유사한 나라와의 관계를 이용해 미국을 움직일 수 있고 미국이 이스라엘을 멈추도록 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면서 "팔레스타인 점령이나 재건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당사자가 항상 소외되어 있는데 무엇보다도 팔레스타인에 이야기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19회 제주포럼 2024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협력’이라는 주제로 29일 개막했다. 31일까지 3일간 열리는 이번 제주포럼은 제주도와 국제평화재단, 동아시아재단이 주최하고 제주평화연구원이 주관한다.
ky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