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평화상에 이란 인권운동가 '모하마디'…"조속한 석방 촉구"(종합)

나르게스 모하마디(51·여) 옥중수상…"이란의 억압에 맞선 자유의 투사"
히잡시위 구호 '여성·생명·자유' 거론…"모하마디 정신 담고 있다" 평가

올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이란 여성 운동가 나르게스 모하마디(51·여) 2023.10.6.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올해 노벨 평화상의 영예는 이란 여성 인권 운동가인 나르게스 모하마디(51·여)에게 돌아갔다. 주최 측은 지난해 이란을 달군 '히잡 시위'에 지지 의사를 밝힌 뒤 모하마디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했다.

노벨위원회는 6일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3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모하마디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베리트 레이스 안데르센 위원장은 "이란 정권의 억압에 맞서 보편적 인권과 자유를 증진하기 위해 투쟁했다"며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란 내 여성 인권 증진과 사형제 폐지를 주장해 온 모하마디는 불온 선전물을 유포한 혐의로 현지 법원으로부터 징역 12년을 선고받아 수도 테헤란의 악명 높은 에빈 교도소에 수감된 상태다.

안데르센 위원장은 "그의 용감한 투쟁에는 혹독한 대가가 뒤따랐다. 이란 정권은 지금까지 모하마디를 13번 체포하고 5번의 유죄 판결을 내렸으며 도합 31년의 징역을 선고했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감옥에 갇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 히잡 시위에서 사용된 '여성·생명·자유'란 구호를 거론한 뒤 "모하마디의 헌신과 업적을 적절히 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모하마디는 "인권 운동가이자 자유의 투사"라며 "위원회는 올해 노벨 평화상 수여로 이란의 인권과 자유, 민주주의를 향한 그녀의 용기있는 투쟁을 기리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안데르센 위원장은 수상자 발표 이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이란 사법당국을 상대로 오는 12월 열리는 시상식에 수상자가 직접 참석할 수 있도록 모하마디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베리트 레이스 안데르센 노벨위원회 위원장이 6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023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이란 여성 인권 운동가인 나르게스 모하마디(51·여)를 선정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2023.10.6.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히잡 시위는 지난해 9월 테헤란에서 '히잡을 올바르게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에 연행된 마흐사 아미니(22·여)가 구금 사흘 만에 의문사한 것을 계기로 촉발됐다. 시위대는 히잡 착용을 강제하는 시대착오적인 복장법 폐지와 인권 증진 및 사회 변혁을 요구하며 반(反)정부 시위를 이어갔지만, 당국의 강경 진압으로 사상자가 속출했다.

모하마디는 교도관의 삼엄한 감시를 받는 상황에서도 시위대를 향한 연대 의사를 표명했다. 수감된 정치범들과 함께 히잡 시위 지지 운동을 벌였으며 이로 인해 전화와 면회가 금지됐다. 그럼에도 아미니 사망 1주기인 지난 9월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를 통해 "그들이 더 많이 가둘수록 우린 더 강해진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1972년 이란 북서부 도시 잔잔에서 태어난 모하마디는 1990년대 이맘 호메이니 국제대에서 물리학을 공부하던 도중 인권 운동에 눈을 뜨게 됐다. 학업을 마친 뒤 엔지니어로 일하면서도 진보적 신문사에서 인권 칼넘리스트로 활약했다.

2003년부터는 인권수호자센터(DHRC)에 들어가 현재까지 부소장직을 맡고 있다. DHRC는 무슬림 여성 최초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이란의 인권 변호사 시린 에바디(76·여)가 설립한 비정부기구다.

2011년에는 수감된 인권 운동가들을 도왔다는 이유로 처음으로 체포됐다. 2년 뒤 보석으로 석방됐지만, 이후 사형제 반대 운동을 벌인 혐의로 2015년 또다시 체포돼 징역 15년을 선고받아 지금까지 옥중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히잡 규칙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22살 이란 여성이 '도덕경찰'에 구타 당해 숨진 가운데, 이를 규탄하는 시위가 지난해 9월 이란 테헤란에서 발생했다. 2022.9.21. ⓒ AFP=뉴스1 ⓒ News1 이서영 기자

노벨상은 스웨덴의 다이너마이트 발명가이자 부유한 사업가였던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으로 제정됐다. 1901년 이래 과학·문학·평화·의학 등 분야 업적에서 수상자를 선정해왔으며, 1969년에는 경제학상이 추가됐다.

지난 2일 노벨 생리의학상에 이어 3일 물리학상, 4일 화학상, 5일 문학상, 6일 평화상 수상자가 발표됐다. 오는 9일 경제학상을 끝으로 올해 수상자 발표는 마무리 된다. 시상식은 오는 12월 10일 열릴 예정이다. 관례에 따라 평화상은 오슬로에서, 나머지 5개 부문 상은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서 수여된다.

통상 스웨덴과 노르웨이 수교국 대사가 시상식에 초청받지만 러시아, 벨라루스는 각각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거나 이를 옹호했다는 이유로, 이란 대사는 인권 탄압을 이유로 올해 초청이 번복됐다.

올해 노벨상 수상자들이 받는 상금은 작년보다 100만스웨덴크로나 많은 1100만 스웨덴크로나(약 13억6000만원)를 받는다. 상금 액수가 바뀐 이유는 노벨이 남긴 유산을 투자해 시상 비용을 충당하는데, 관련 투자 수익이 매년 상이하기 때문이다.

seongs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