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러, '드론 격추' 놓고 긴장 고조…커지는 확전 우려

"확전 원인 되기 전에 긴장 고조하는 행동 중단하라"
20년 전 이란과도 유사 사건…美 긴장 높이지 않아야

14일(현지시간) 흑해 상공에서 추락한 미국의 MQ-9 무인기와 같은 기종.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미군의 MQ-9 리퍼 드론이 14일(현지시간) 흑해 상공에서 추락한 것을 두고 러시아 측과 충돌이 있었는지에 대한 양국 주장이 엇갈리며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크림(크름)반도 인근인 흑해에서 사건이 발생한 만큼 확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외신을 종합하면 패트릭 미국 유럽사령부는 성명에서 미국 무인 정찰기 MQ-9 리퍼 드론과 러시아 Su-27 전투기 2대가 흑해 공해상을 비행하던 중에 러 전투기 한 대가 의도적으로 무인기 앞쪽에서 비행하면서 여러 차례 무인기에 연료를 쏟아냈다고 발표했다.

이어 전투기는 무인기의 프로펠러를 들이받았고, 이로 인해 미국 무인기가 공해상에 추락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측에서는 해당 무인기가 일상적인 임무를 수행하던 중 러시아 전투기가 차단(intercept)하려다가 들이받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러시아는 미국의 무인기가 '특별군사작전'(전쟁)으로 인한 출입금지구역에 진입했기 때문에 러시아군이 전투기를 출격시켰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미국이 보다 직접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맷 개츠 하원의원(공화·플로리다)은 "이 분쟁에서 잃어버린 달러의 계산이 우크라이나에서 죽은 미국인의 계산이 되기 전에 이 전쟁에 대한 우리의 관여를 끝내라"고 촉구했다. 현재까지는 무기 등 재정적 지원만 이어오고 있는 미국이 직접 파병을 선택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차원의 발언이다.

찰스 슈머 상원 원내대표(민주·뉴욕)는 "뻔뻔스럽고 위험하다"며 "푸틴 대통령에게 확전의 원인이 되기 전에 이러한 행동을 중단하라고 말하고 싶다"고 경고했다.

데이비드 버거 미 해병대 사령관은 영국 가디언에 드론 격추와 같은 시나리오가 미군의 가장 큰 걱정거리 중 하나라고 전했다. 이러한 사건이 추후 더 큰 일련의 사건들을 촉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버거 사령관은 20년 전 미중 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는 점을 예시로 들며 현 상황을 우려했다. 2001년 4월 미 해군 EP3 정찰기가 중국 하이난섬 인근 공해상에 진입했다가 중국 전투기와 충돌했다.

중국 조종사 1명이 숨지고, 미 정찰기는 하이난섬 내에 억류됐다. 미국은 중국과의 협상을 통해 3개월 뒤 정찰기를 돌려받고 사태를 마무리했지만, 당시 미중 간 외교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프랭크 켄달 미 공군장관은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 힐과의 인터뷰에서 "이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지난 1년 동안 그곳에서 발생한 분쟁과 같은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러시아 항공기 간 요격은 드문 일이 아니지만, 이번 드론 사건이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인근에서 벌어진 만큼 상황이 우려된다는 취지다.

러시아 Su-27 전투기와 MIG 29 전투기. ⓒ AFP=뉴스1

전문가들은 미국이 긴장 수위를 높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신미국가안보센터의 국방 전문가 베카 와서는 더 힐에 "과거 러시아 항공기와 접촉 사고가 잦았지만, 이번 사건은 승무원이 없는 무인기가 추락한 사건이기 때문에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19년 이란이 정찰 비행 중이던 미 해군 소속 무인 정찰기인 RQ-4 글로벌 호크를 격추한 사건을 예시로 들며, 당시 미군의 직접적인 대응으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전 미 유럽사령부 부사령관이자 미국 싱크탱크 유럽정책분석센터(CEPA) 연구원인 스티븐 트위티도 "이번 사건은 해결될 수 있으며, 미국이 더 이상 긴장을 고조시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더 힐에 전했다.

이어 "우리는 러시아인들이 우리를 부추겨 비이성적인 일을 하도록 놔둘 수 없다"며 "미국에 관한 것 이상의 일이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나 미국을 전쟁에 끌어들이지 않는 방식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