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지중해·아프리카 거점' 시리아 포기…리비아로 철수 수순

아사드 몰락에 시리아 내 군사기지 유지 어렵다 판단
리비아 하프타르 군벌과 결탁…효과 제한적 지적

러시아 카모프 Ka-52 공격 헬기가 12일(현지시간) 시리아 북동부 카미실리 공항에 있는 러시아 공군 기지에 트럭, 차량들과 주둔하고 있다. 2024.12.13.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러시아가 지중해로 향하는 전략적 요충지인 시리아에서 철수해 북아프리카 리비아로 이동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동안 밀월관계를 유지했던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이 반군에 무너진 이후에도 시리아 내 군사기지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를 끝내 사수하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과 리비아 당국자들을 인용해 러시아가 미사일 방공망 등 첨단 무기들을 시리아에서 리비아로 철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국자들은 러시아가 최근 수송기로 S-400과 S-300의 레이더를 포함한 방공무기를 리비아로 이동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병력과 군용기, 군함 등도 시리아에서 철수하고 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위성 서비스 기업 맥사(Maxar)의 위성사진을 분석하며 러시아가 시리아 흐메이밈 공군 기지에서 군용기가 옮겨졌다고 보도한 바 있다.

또 타르투스 해군기지에서는 러시아군이 해군 함정을 통해 병력과 장비를 철수하는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러시아는 시리아 서부 해안 도시인 타르투스에 해군기지와 북서부에 라타키아 인근에 흐메이밈 공군기지를 두고 있다. 이들 기지는 러시아가 중동 지역과 지중해·아프리카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필수 거점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시리아 반군이 아사드 정권을 무너뜨리면서 상황은 달라졌고, 러시아는 군사기지를 지키기 위해 반군과 접촉해 왔지만 이를 유지하기 쉽지 않다고 판단한 셈이다.

북아프리카 리비아의 수도 트리폴리에서 16일(현지시간) 군벌 세력 간 충돌로 최소 55명이 숨지고 146명이 다쳤다. 23.08.16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이에 러시아는 시리아의 대체제로 리비아의 하프타르 군벌을 활용하겠다는 심산이다.

리비아에서는 2011년 '아랍의 봄' 혁명으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몰락하면서 동부를 장악한 하프타르의 리비아 국민군(LNA)과 유엔이 인정한 서부의 리비아통합정부(GNU) 간 내전이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는 민간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을 활용해 하프타르를 지원하며 리비아에 영향력을 행사했고, 바그너그룹은 하프타르의 공군기지 등 군사시설을 아프리카 내 거점으로 사용해 왔다.

특히 지난해에는 러시아 고위 당국자들이 하프타르 측과 리비아 항구도시 벵가지와 투브루크 항구의 장기 정박 권한을 논의했다고 WSJ은 짚었다.

이들 항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그리스와 이탈리아에서 불과 643㎞ 떨어진 곳이다.

한 미국 당국자는 WSJ에 러시아가 투브루크의 시설을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 기지가 시리아에서 만큼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흐메이밈 공군기지에서 근무했던 전직 러시아 공군 장교 글렙 이리소프는 "리비아를 급유 기지로 삼으면 러시아가 수송할 수 있는 장비의 무게가 크게 제한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하프타르 역시 서방으로부터 러시아와 협력하지 말라고 압박받을 수 있다. 실제로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지난해 리비아를 방문해 하프타르에 러시아군을 추방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12일(현지시간) 시리아 북동부 카미실리에서 러시아 병사들이 군용 차량을 타고 대피 준비를 하고 있다. 2024.12.13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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