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무기였으나 훗날 우주 개발에 기여한 미사일 [역사&오늘]

9월 8일, 나치 독일 V-2 로켓으로 런던 공격 개시

V-2 로켓. (출처: Unlisted, Science Museum (UK) postcard W7, own collection, 흑백사진(1945),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1944년 9월 7일, 제2차 세계대전이 종반으로 접어들 무렵 나치 독일이 신형 탄도 미사일 V-2 로켓으로 런던 공격을 시작했다. 막대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주며 연합군을 공포에 떨게 한 비밀 병기였다.

V-2는 '베르겔퉁스바페(Vergeltungswaffe) 2'의 약자로, '보복 무기 2호'라는 뜻이었다. 이 로켓 개발의 중심에는 베르너 폰 브라운이라는 천재적인 과학자가 있었다. 그는 1930년대부터 로켓 연구에 몰두하며 여러 종류의 로켓을 개발했다.

V-2 로켓은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강력한 파괴력을 자랑했다. 1톤의 탄두를 싣고 최대 300km 거리까지 날아갈 수 있었으며, 174.6km 상공까지 도달해 우주 공간에 진입했다가 다시 지상으로 낙하하는 혁신적인 기술을 선보였다.

V-2 로켓은 주로 영국 남동부 지역의 도시들을 목표로 삼았다. 런던, 안트베르펜 등 주요 도시들이 공격 대상이었으며, 민간인들이 대규모로 사망하고 도시 시설이 파괴되는 등 엄청난 피해를 줬다. 연합군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V-2 로켓은 인류의 우주 개발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이정표가 되어 현대 로켓 기술의 기초를 다지는 데 큰 역할을 했다. V-2 로켓 개발을 주도했던 폰 브라운을 비롯한 많은 독일 과학자가 전쟁 후 미국 NASA에서 일하며 미국의 우주 개발 프로그램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들은 V-2 로켓 기술을 바탕으로 더욱 강력하고 정확한 로켓을 개발해 달 탐사, 인공위성 발사 등 인류의 우주 진출을 앞당기는 데 기여했다.

V-2 로켓은 과학 기술이 인류에게 가져다줄 수 있는 양면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뛰어난 과학 기술이 전쟁에 이용되어 인류에게 큰 고통을 안겨줬지만, 동시에 우주 개발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데 기여했다. V-2 로켓은 과학 기술의 발전과 함께 책임감 있는 사용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교훈을 남겼다.

acen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