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F-16 전투기 추락, 자국군 패트리엇 오인발사 때문일 수도"

젤렌스키, 추락 원인 언급 없이 공군 사령관 해임
NYT, 초기 조사 보고받은 서방 관리 인용해 보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가운데)이 지난 5월 벨기에 브뤼셀 인근 멜스브룩 공군기지를 방문해 알렉산더 드쿠르 총리(오른쪽)와 루디빈 드돈더 국방장관(왼쪽)과 함께 F-16 전투기를 둘러봤다. 2024.05.28.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F-16 전투기의 추락 원인이 우크라이나의 패트리엇 방공 시스템에 의한 오인 격추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31일(현지시간)일자 기사에서 서방 관리의 발언을 인용, F-16 추락 원인에서 기계적 고장이나 조종사의 실수를 배제할 순 없지만 우크라이나 패트리엇의 오인 발사로 인한 것이라는 징후가 있다고 보도했다.

이 서방 관리는 이번 F-16 추락 사고 원인의 초기 조사에 관해 보고받았던 인물이라고 NYT는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이유를 상세히 밝히지 않은 채 공군 참모총장을 해임한 것도 이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30일 미콜라 올레슈크 공군 참모총장을 해임하며 "공군은 더 강해져야 하며 사람들과 요원들, 군인들을 더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군사 전문가들도 우크라이나군의 오인 발사로 인한 사고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미사일과 드론 공격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마크 캔시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수석 고문은 "미사일이 동시에 날아다니는 상황에서 누가 아군이고 누가 적군인지 파악하기 어렵다"며 "오발 사고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공군 F-16 전투기 추락으로 순직한 올렉시 메스 대령(추서)의 추도식이 29일(현지시간) 서부 흐멜니츠기주 셰페티브카에서 열렸다. 메스 대령은 서방이 지원한 F-16 전투기 6기를 모는 조종사중 에이스였으며 우크라이나를 향한 러시아의 대규모 미사일·드론 공격이 가해진 지난 26일 이를 방어하러 출격했다가 추락사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아직 조사중인 가운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관리를 인용해 F-16 전투기가 러시아군에 의해 격추된 것은 아니며, 조종사의 실수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2024.08.30 ⓒ AFP=뉴스1 ⓒ News1 권진영기자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도 F-16이 패트리엇 방공 시스템에 의해 격추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우크라이나 의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마리아나 베주흘라는 F-16이 부대 간 조율 부족 때문에 격추됐다고 비판했다.

당시 올레슈크 공군 참모총장은 "군 지도부를 불신하지 말라"고 반발했으나 패트리엇에 의한 격추 의혹은 부정하지 않았다.

이번 사고로 사망한 F-16 조종사는 우크라이나의 국민 영웅으로 불리던 올렉시 메스 중령이다. 그는 서방으로부터 F-16을 지원받기 위해 발로 뛰던 인물이며 미국에서 최초로 F-16 조종법을 배운 우크라이나인 공군 조종사 6명 중 한명이다. 우크라이나로서는 그의 죽음이 뼈아픈 상실일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는 F-16이 전장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이 전투기가 전장에서 충분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전까지 충분한 대수가 도입되고 조종사와 지상 관리자들의 훈련 또한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CSIS는 최근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가 F-16으로 지상 목표물을 타격할 수는 있겠지만 우크라이나 공군이 전투 임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만큼 충분한 경험을 갖추기까지는 몇 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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