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CNN·WP 쿠르스크 현장보도에 美대리대사 초치

"우크라 범죄 선전하러 불법 입국…美, 민간군사기업 보낸 증거도"

16일(현지시간) 러시아 서남부 쿠르스크주(州)의 국경 마을 수드자에서 이곳을 장악한 우크라이나군이 일대를 순찰하고 있다. 2024.08.16.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미국 CNN 방송과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러시아 서남부 쿠르스크주(州)에 잠입해 우크라이나군의 진격 상황을 보도한 것과 관련해 러시아가 자국 주재 미국 대리대사를 초치해 정식으로 항의했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외무부는 20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이날 스테파니 홈스 미국 대리대사를 불러 "우크라이나 정권의 범죄를 선전하기 위해 쿠르스크 지역에 불법적으로 입국한 미국 기자들의 행동에 대해 항의했다"고 밝혔다.

외무부는 이날 언론사명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지난 16일과 17일 우크라이나군이 장악한 쿠르스크의 국경마을 수드자에서 각각 현장 보도를 진행한 CNN과 WP 기자들을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는 짚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군의 호위를 받으며 수드자에서 러시아 민간인과 우크라이나군 장병들을 인터뷰했다.

외무부는 "그들(기자들)을 사법 처리하기 위해 필요한 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라면서 미국 언론사의 "그러한 행동은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 분쟁에 직접 관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쿠르스크를 공격한 우크라이나군에 미국 민간군사기업(PMC)이 참여했다는 증거가 있다"며 러시아에 불법적으로 입국하는 모든 외국인 용병들은 "합법적인 군사 표적이 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미국 PMC가 쿠르스크 진격전에 참여했다는 구체적인 증거는 공개하지 않았다.

앞서 러시아 외무부는 지난 6일 이탈리아 국영방송사 RAI 소속 기자들이 우크라이나군의 호위 아래 수드자를 방문해 외신 최초로 현장 보도를 진행한 것과 관련해 17일 자국 주재 세실리아 피치오니 이탈리아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이들에게 불법 월경 혐의가 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에 자국 국영언론 기자들을 보내 현장 소식을 전해왔다. 러시아는 이번 전쟁과 관련해 독립적이거나 비판적인 보도를 일절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자국군 열세 상황을 보도하러 밀입국한 서방 기자들이 눈엣가시처럼 보였을 가능성이 크다.

seongs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