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진격 성공한 우크라 사령관…'소련서 훈련받아' 되갚았다
2월 취임한 시르스키…바흐무트 전장서 소련식 인해전술 악명
전임자 동정론탓에 인기 없었지만…7일간 러 영토 대거 장악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러시아의 침공을 막아내는 데 급급했던 우크라이나가 개전 이래 처음으로 감행한 러시아 본토 진격 작전이 성공했다. 이에 불과 일주일 만에 서울 면적보다 넓은 영토를 장악한 작전을 누가 이끌었는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작전을 이끈 이는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59)으로, 군사 교육을 소련에서 받았던 이다. 이번 작전은 우크라이나가 과거 러시아 스타일로 현재 러시아에 복수한 셈이 됐다.
우크라이나 지상군 사령관이었던 시르스키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갈등을 빚던 발레리 잘루즈니 총사령관이 지난 2월 돌연 해임된 직후 후임자로 총사령관 자리에 임명됐다. 잘루즈니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수도 키이우를 성공적으로 방어하고, 같은 해 9월과 11월에는 각각 러시아가 점령한 북동부 하르키우와 남동부 헤르손을 각각 탈환하면서 전쟁 영웅으로 불렸다. 따라서 새로 취임한 시르스키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당시 시르시키를 바라보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여론은 부정적이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총사령관을 교체해 잠재적 대권 주자인 잘루즈니를 정치적인 목적으로 제거한 것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잘루즈니가 지난해 여름 시작된 우크라이나군의 반격 이후 병력 손실을 이유로 대규모 병력 동원에 반대해 대통령과 마찰을 빚었던 것으로 알려지자 전임자 동정론은 극에 달했다. 이와 달리 시르스키는 전장에서 '소련식 인해전술'을 사용해 악명이 자자했다.
총사령관에 오른 시르스키에 대해 당시 미국 매체 폴리티코는 그가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 도네츠크주(州) 바흐무트에서 '고기 분쇄기(meat grinder)'로 유명했다며 "적군의 포격에 맞서려고 병력을 연달아 보냈다"고 혹평했다. 바흐무트는 지난해 5월 러시아군에 함락됐다. 익명을 요구한 우크라이나군 대위는 시르스키가 총사령관으로 임명됐다는 소식에 "매우 나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우크라이나군 장교는 당시 소셜미디어 엑스(X)에 "그의 이름에서 나오는 명령은 군의 사기를 크게 떨어뜨린다"고 직격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르스키의 소련식 전법은 결과적으로 러시아 서남부 쿠르스크주(州)를 겨냥한 이번 진격전에서 예상 밖 성공을 거두게 됐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시르스키는 14일(현지시간)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전황을 브리핑하며 쿠르스크의 국경마을 수드자를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드자는 러시아산 천연가스가 유럽으로 향하는 러시아 내 마지막 관문으로 계측소가 위치해 있다. 지난 12일 시르스키는 쿠르스크 일대 러시아 영토 약 1000㎢를 장악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는 서울 면적(650㎢)보다 1.65배 넓은 것으로, 러시아군이 지난 8개월 동안 추가로 확보한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와 맞먹는 크기다.
시르스키의 냉혈한 작전 스타일은 소련에서 배운 것으로 추정된다. 시르스키는 1965년 소련 블라디미르주에서 태어나 1980년 군인이었던 아버지 발령으로 우크라이나로 이주했다. 그는 소련의 육군사관학교로 불리는 모스크바 고등군사령부를 1986년 졸업한 뒤 포병대에 입대해 아프가니스탄·타지키스탄·(옛) 체코슬로바키아를 돌며 5년간 복무했다. 1992년 소련 붕괴 후 그의 부대가 우크라이나군 사령부로 이관됐고 우크라이나 여성과 결혼해 슬하에 아들 둘을 낳으면서 우크라이나에 정착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6월 기사에서 서방의 군사전문가들을 인용해 "그의 전투 전술은 위계 질서를 강조한 소련식 훈련을 반영했다"고 평가했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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