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웨일스 불만 폭주했던 차량 속도 제한…사상자 감소 효과[통신One]
올해 1분기 속도 제한 구간,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25% 감소
반발 못이긴 웨일스 정부 속도 구간 재평가…변수 될지 관심
(런던=뉴스1) 조아현 통신원 = 영국 웨일스 자치정부가 지난해 도로 제한 속도를 크게 낮춘 이후 국민들로부터 원성과 조롱을 한꺼번에 받았지만 관련 정책이 시행된 이후 사상자 발생률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웨일스 정부는 지난해 9월부터 기존의 시속 30마일(약 48㎞) 속도 제한을 한층 강화해 시속 20마일(약 32㎞)로 운전하도록 정책을 변경했다.
하지만 도로 구간마다 변하는 속도 제한 표시와 벌금 처분으로 운전자들의 불만과 항의가 계속돼 왔다.
1일(현지시간) 기준 영국 웨일스 자치정부가 공개한 잠정 데이터를 살펴보면
올해 1분기 웨일스 경찰에 접수된 도로 교통사고는 모두 606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분기에 접수된 교통사고 737건보다 18% 줄어든 수치고 지난해 같은 분기에 발생한 733건보다 17% 감소한 것이다.
사상자 인원도 함께 줄어들었다. 올해 1분기 동안 웨일스 경찰에 보고된 사상자 인원은 모두 811명이다. 이 중 사망자는 16명이었다. 중상자는 188명, 경미한 부상을 입은 인원은 607명으로 집계됐다.
사상자 수는는 직전 분기(982명)보다 17% 줄었고 2023년 같은 분기(968명)보다 16% 축소됐다.
올해 1분기 웨일스의 시속 20마일과 시속 30마일 구간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건수는 316건이었다. 직전 분기(379건) 보다 17% 줄고 2023년 같은 분기(421건)보다 무려 25% 낮아진 것이다.
올해 1분기 동안 집계된 교통사고 건수와 사상자 규모는 코로나19 기간을 제외하고 웨일스에서 발생한 분기별 수치 가운데 최저치를 기록했다. 관련 수치는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한편 웨일스의 교통사고 사상자를 줄이기 위한 정부 협력 파트너십인 '고 세이프(Go safe)'가 집계한 시속 20마일(약 32㎞) 위반 건수는 지난 6월에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속도 위반으로 벌금을 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시범 운영 기간을 거쳐 실질적으로 집계가 시작된 지난해 11월 기준 중부와 남부 웨일스에서 차량 속도 위반 사례는 95건이었지만 12월 119건, 올해 1월 134건으로 점차 늘어나다가 지난 6월에는 5711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웨일스에서 시속 20마일 구간이 적용되는 곳은 주거 지역와 건물 밀집 지역이다.
NHS(국민보건의료서비스)의 막대한 재정적 어려움을 관리해야 하는 웨일스 정부 입장에서는 교통사고 사상자를 줄이고 이로 인해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치료 비용도 함께 감소시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것이었다.
하지만 제한 속도가 적용된 이후 지역 사회 안에서는 도로 전방을 살피기보다 차량 계기판의 속도 화살표를 보다가 오히려 사고가 난다거나 교통체증이 이전보다 훨씬 심해졌다는 등의 불만이 쏟아졌다.
정책 시행 이후 화가 난 운전자들이 시속 20마일 표지판을 훼손하는 사례도 잇따라 발생했다.
게다가 지난해 9월 웨일스 전역에 도입된 제한 속도 강화 정책 폐기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에 거의 50만명에 달하는 인원이 동의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에 웨일스 정부는 기존 시속 20마일 속도 제한을 적용한 일부 도로 구간을 재평가해서 기존과 같이 시속 30마일로 되돌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단 학교·병원·보육원 등 어린이와 노약자의 사고 가능성이 우려되는 지역은 차량 속도를 시속 20마일로 계속 제한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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