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좌파연합' 극적 뒤집기 뒤엔 '공화국전선' 전통…극우 저지 한 뜻
1차 투표 이후 좌파·중도파 후보 줄사퇴
"이번엔 작동했으나 영원하지는 않을 것"
-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프랑스 조기총선 결선투표에서 좌파 연합인 신민중전선(NFP)이 예상을 엎고 승리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중도와 좌파가 힘을 합친 '공화국 전선(Republican Front)'이 극우의 득세를 저지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AFP통신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치러진 프랑스 조기총선 결선투표에서 좌파 연합 NFP는 전체 하원 의석 577석 중 172~215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속한 중도 르네상스 중심의 범여권(앙상블)은 150~180석, 마린 르펜 의원이 이끄는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은 115~155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기관 '오피니언웨이'는 좌파 연합이 180~201석, 범여권 155~175석, RN이 135~155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여론조사기관 IFOP도 좌파 연합이 180∼215석, 범여권이 150∼180석, RN이 120∼150석으로 전망했다.
NFP에 속한 극좌파 정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장뤼크 멜라숑은 "우리 국민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분명히 거부했다. 오늘 밤, RN은 절대 다수를 차지하기에는 거리가 멀다"며 승리를 자축했다.
지난달 30일 치러진 1차 투표에서는 RN이 득표율 33.2%로 1위에 오르며, 결선투표에서 단독 과반을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됐다. 당시 NFP는 28%, 범여권은 20%를 얻는 데 그쳤다.
좌파 연합의 이번 승리는 극우의 집권을 막으려 중도파와 좌파가 손을 맞잡은 결과다. 프랑스에서는 극우 세력이 등장한 이후 이들의 집권을 막기 위해 중도와 좌파가 힘을 합치는 공화국 전선이 형성돼 왔다.
대표적인 예는 2002년 대통령 선거 때다. 마린 르펜의 아버지인 장마리 르펜이 좌파 리오넬 조스팽을 누르고 2차 투표에 진출하자 프랑스 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RN의 전신인 국민전선을 이끌던 장마리 르펜은 백인 우월주의 발언을 서슴지 않는 극우파다.
이후 극우파를 경계하던 유권자들의 표가 중도 우파 자크 시라크에게 몰렸고, 시라크는 82%의 득표율로 연임에 성공했다.
릴 대학교 정치학 교수인 레미 르페브르는 뉴욕타임스(NYT)에 "역사적으로 극우에서 위협이 오면 좌파는 항상 통합한다"며 ""그것은 1930년대부터 반사적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앙스 포 파리의 정치학자 니콜 바샤랑도 "그들은 RN을 막기 위한 댐이 되고 싶어 한다"고 NYT에 전했다.
이번에도 결선투표를 앞두고 중도파와 좌파가 후보를 단일화하며 200여 개의 선거구에서는 사퇴 물결이 이어졌다. 범여권 후보 83명, NFP 후보 132명 등 총 221명이 극우가 우세할 것으로 예상되는 선거구에서 결선투표 진출을 포기했다.
다만 최근 싫어하는 후보를 저지하는 데 표를 던지는 것에 지친 유권자, 좌파 연합 내부 분열 등으로 공화국 전선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 의견이 분분했다.
영국 가디언은 "공화국 전선은 2002년 이래 꾸준히 약화했다"며 "전선은 계속 분열되고 있고, 극우를 막으려 마크롱과 중도 후보에게 두 번이나 투표한 좌파 유권자들은 다시 한번 코를 틀어막고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정책을 가진 후보에게 투표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공화국 전선이 이번에는 유지될지 몰라도, 영원히 유지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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