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아크로폴리스, 750만원 내면 개인 방문 가능해진다
하루 최대 5명씩 4팀…정규 운영 시간 외 방문 허용
학계·노조 "돈 있는 사람들이 아크로 폴리스 독점할 기회 제공해…반대"
-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대표 고대 유적지, 그리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가 5000유로(약 750만 원)를 지불하면 개인 단체 방문을 허용하기 시작해 현장 직원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
AFP통신은 가이드를 동반하지 않은 개인 단체 방문은 오는 12일부터 가능하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이드 동반 방문은 내달 2일 시작되며 영어·프랑스어·독일어·그리스어·포르투갈어·러시아어·스페인어 등 언어가 지원된다.
그리스 문화부는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개인 단체 방문은 아크로폴리스 정규 운영 시간 외에 이뤄지며, 한 번에 최대 4팀이 아크로폴리스를 둘러볼 수 있다고 고지했다. 각 팀별 최대 인원은 5명이다.
앞서 해당 조치가 발표되자 그리스 고고학계는 "납득할 수 없을 정도로 배타적"이라고 반발했다. 본래 아크로폴리스는 민주주의와 법 앞의 평등을 상징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데스피나 쿠트솜바 고고학자협회 부회장은 가디언에 "그리스가 돈이 있는 사람들에게 아크로폴리스를 매우 독점적인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반면 그런 수단이 없는 사람들은 제외하려는 것을 의미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아크로폴리스 노조 회장 조지아 콘딜리도 AFP에 "이런 방문이 어떻게 조직되는지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제공받지 못했다"며 일반적 공식 가이드를 우회하는 개인적 방문에 반대한다고 했다.
이어 "이 조치의 배경에 재정적 필요성이 있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다른 방식으로 조직될 수도 있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중도 우파 성향의 그리스 정부는 그간 박물관과 유적지에 더 많은 민관 관리를 도입해 국고 수입을 늘리려 했다는 비난을 받아 왔다. 지난해에는 의회가 박물관 박람회 전시를 위해 유물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법을 승인했다가 학계의 반발을 샀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아크로폴리스는 기원전 5세기에 지어졌으며, 그리스 수도의 수호신인 아테나를 기리는 파르테논 신전이 이곳에 있다. 유네스코는 아크로폴리스가 고대 그리스가 남긴 가장 위대한 건축 예술 복합체라고 평가한 바 있다.
현대 들어서는 그리스의 가장 큰 관광명소가 됐으며 2023년에만 400만 명이 발걸음했다. 전년도 대비 31% 늘어난 인원으로, 여름철에는 하루에 최대 2만3000여 명이 방문해 시간제 입장 제도를 도입해야 할 정도였다.
아크로폴리스 일반 방문 요금은 20유로(약 3만 원), 타 유적지와 병합된 투어 티켓은 30유로(약 4만5000원)이며, 줄을 서지 않고 바로 입장할 수 있는 '스킵 더 라인' 티켓은 24유로(약 3만6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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