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명 사망' 러 테러에 수백m 추모행렬…IS는 현장 영상 공개(종합)
부상자도 182명으로 늘어…사망자 62명만 신원 확인돼
IS, 총격 장면 담긴 영상 발표…러, 국가애도의 날 선포
- 박재하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외곽 공연장 테러로 인한 사망자 수가 137명으로 늘어났다. 사건의 배후를 놓고 러시아와 미국·우크라이나가 진실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이 테러의 배후를 자처한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테러 현장 동영상을 공개했다.
24일(현지시간) AFP통신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연방보안국(FSB)이 꾸린 조사위원회는 지난 22일 모스크바 북서부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서 벌어진 무차별 테러의 사망자가 137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부상자 수는 현재까지 182명으로 파악됐으며 그중 40명이 위독한 상태라고 모스크바 보건당국은 전했다.
조사위는 희생자 중 62명의 신원은 확인됐지만 나머지는 화재로 시신이 훼손되면서 유전자 검사 등을 진행 중이라고 발표했다.
이 사건 직후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조직의 아프가니스탄 지부 격인 이슬람국가 호라산(ISIS-K) 조직원들이 테러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또 IS는 23일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이슬람과 싸우는 국가와의 격렬한 전쟁의 일환"이라며 테러 장면이 담긴 1분 31초 분량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에서 한 테러 용의자는 사람들을 향해 돌격 소총을 쏘는 모습과 시신 여러 구가 바닥에 쓰러져 있는 장면 등이 담겼다.
하지만 러시아 측은 타지키스탄 여권을 소지한 용의자 4명을 우크라이나 국경 근처에서 체포하며 이번 사건이 우크라이나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모스크바 법원은 성명을 내고 이들 용의자 4명을 재판 전까지 구금을 명령했으며, 이 중 한명이 혐의점을 모두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이 우크라이나가 사주한 것이라는 러시아 측 주장에 우크라이나와 미국은 즉각 반박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비난을 피하기 위해 책임을 돌리고 있다고 반발했으며 미국 역시 우크라이나가 연루됐다는 어떠한 증거도 찾지 못했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미국은 테러 가능성을 사전에 입수해 러시아 측에 전달했지만 러시아 당국이 이를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 대사는 "상황을 주시했지만 백악관이나 미 국무부에서 어떠한 연락도 받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참사 현장에는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추모 헌화가 가득 쌓인 콘서트장 앞에는 눈물을 흘리며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추모객의 줄이 수백 m나 길게 늘어섰다.
가족과 함께 방문한 한 여성은 "피해자들의 공포와 고통을 느낀다"라면서도 사건의 배후에 대해서는 "지금은 누구도 비난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을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한 푸틴 대통령은 성당을 찾아 희생자들을 기리며 이번 사건을 "야만적인 테러 공격"으로 규정해 강력한 보복을 예고했다.
jaeha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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