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북한, 핵우산 요청 안해"…서방엔 핵사용 위협(종합)

대선 이틀전 국영매체와 인터뷰…"핵무기 등 무기사용 준비"
"현실 모르는 우크라, 협상 결렬"…"미 대선에 개입 않겠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에서 열린 국가 공무원 대회 우승자들을 만나고 있다. 2024.3.13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정윤영 기자 = 대선을 이틀 앞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이 핵우산을 요청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을 향해선 "무기는 사용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며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열어뒀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리야노보스티(RIA) 통신 및 로씨야1 방송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자체적인 핵우산을 가지고 있다"며 "그들은 우리에게 어떠한 도움도 요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은 인터뷰 진행자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제기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우크라이나 파병설을 언급하며 '핵우산을 제공하는 대가로 200만 병력을 갖춘 북한에 도움을 요청해야 하느냐'고 질문한 것에 대한 답변이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정말로 핵전쟁에 대비했느냐'는 질문에 "군사 기술적 관점에서 볼 때 우린 당연히 준비돼 있다"고 답했다. 이어 "무기는 사용하기 위해 존재한다. 우리에게는 우리만의 원칙이 있고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무기를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러시아-미국 관계와 전략적 억제 분야에 충분한 전문가가 있다"며 "당장 모든 것이 그것(핵 대결)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의 핵무기 사용에 대해선 "우리가 왜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해야 하느냐. 그런 필요성을 느낀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고 단언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나 우크라이나에 미군이 배치되면 이를 개입으로 간주할 것이며 이러한 사실을 미국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미국이 먼저 핵실험에 나서면 러시아도 똑같이 핵실험에 돌입하겠다고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이 핵전쟁 카드를 꺼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스웨덴 나토 가입이 확정되자 푸틴 대통령은 연례 국정연설에서 "러시아는 서방 목표물 타격할 수 있는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며 핵전쟁을 위협한 바 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 협상과 관련해 "러시아는 진지한 대화를 시작할 준비를 마쳤다"면서 우크라이나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바람에 협상이 열리지 못하고 있다고 책임을 떠넘겼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향정신성 약물에 취한 갈망이 아닌 현실에 근거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또 '서방과 진실한 합의가 가능하는가'란 질문에는 "말하고 싶지 않지만 누구도 신뢰하지 않는다"며 (합의가 이뤄지려면) 보장이 필요하고, 보장은 문서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중립국이었던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거론한 뒤 "자국의 국익을 보장한다는 관점에서 볼 때 이는 의미 없는 조치"라며 "우린 그곳(핀란드 국경)에 군대가 없었지만 이제 곧 군대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 대선에 대해선 "어떤 선거에도 개입하지 않는다"며 "여러 번 말했듯 우리는 미국 국민과 미국 유권자의 신뢰를 받는 지도자와 함께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내가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동조했다는 사실 만으로 나를 비난했다"며 섭섭한 마음을 토로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로씨야1과의 인터뷰에서 '누가 미 대선에서 이기는 게 러시아에 좋은가'란 질문에 "예측 가능한 바이든 대통령이 낫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논란에 대해선 "선거판이 점점 더 악랄해지고 있다"고 두둔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오는 15일부터 사흘간 치러지는 대선에서 5선에 도전한다.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면 그의 임기는 6년이나 추가돼 최소 2030년까지 정권을 유지하게 된다.

seongs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