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시위 폴란드, 국경 '일시폐쇄' 검토…우크라 "상의 없었다" 반발

투스크 폴란드 총리 28일 기자회견…"수입쿼터 전쟁 이전으로 되돌려야"
29일 농민단체 지도부와 회담…우크라 부총리 "국경 안정은 생존 문제"

폴란드 중북부 쿠야비안-포메리안주(州) 코토미에츠 마을에서 지난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산 옥수수 160톤(t)이 철로 옆 농지에 버려진 채 발견됐다. 폴란드 경찰은 값싼 우크라이나 농산물 직수입 허용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폴란드 농업인들이 우크라이나를 출발한 화물열차 8칸에 올라타 옥수수를 무단 방류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24.2.25. ⓒ AFP=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값싼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수입에 항의하는 농민 시위로 연일 몸살을 앓고 있는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와의 국경을 일시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논의된 바 없다며 반발했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도날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2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측과 국경 일시 폐쇄와 무역 전반의 중단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투스크 총리는 이어 "원조에 있어 우린 가장 친(親)우크라이나 국가이지만 전쟁으로 인해 유럽에서 가장 큰 문제를 겪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수입 쿼터를 두고 유럽연합(EU)의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으며 폴란드는 러·우 전쟁 이전 수준을 원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투스크 총리는 오는 29일 수도 바르샤바에서 시위에 참여한 농민단체 지도부와 직접 만날 계획이라며 어려운 결정을 내릴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폴란드와 국경 폐쇄를 협의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올렉산드르 쿠브라코프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에 "우크라이나는 폴란드와의 국경을 폐쇄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측에선 이를 협상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쿠브라코프 부총리는 이어 "우리 국민은 러시아 침략자와의 전쟁에서 싸우고 있다"며 "우리에게 안정적인 국경은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한 우크라이나가 고조된 국경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면서 "상황이 교착 상태에 이르지 않도록 폴란드 정부의 적절한 결정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타라스 카치카 우크라이나 무역대표부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폴란드 측 대표단과 4시간 동안 격렬한 논의를 진행했다며 "국경 폐쇄는 언급되지 않았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양측이 해결책을 찾고 있는 만큼 조만간 건설적인 결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가 지난해 7월 흑해 곡물협정을 탈퇴하자 EU는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27개 회원국 내 우크라이나산 상품 관세를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흑해 항로가 막힌 상황에서 대부분 육로로 수입되다 보니 값싼 우크라이나산 곡물이 인접국 폴란드에 먼저 풀리면서 현지 농민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EU는 지난해 9월 폴란드·불가리아· 헝가리·루마니아·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5개국에 내려진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직접수입 금지조치를 전면 해제하기로 결정했는데, 이에 반발한 폴란드 등 일부국들이 자체 쿼터를 유지하면서 우크라이나와 무역 마찰을 빚고 있다.

성난 폴란드 농민들은 현재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실은 화물열차를 멈춰 세우고 곡물을 방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폴란드 경찰이 농민 시위를 적극 처벌하지 않자 지난 26일 우크라이나 정부는 폴란드 정부를 상대로 농민들의 기물 파손 행위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seongs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