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쟁 2년]위기의 우크라와 웃는 푸틴…서방 결단에 달린 전쟁
반격 실패로 모멘텀 잃어버린 우크라…흔들리는 서방 단일대오
'트럼프 출마 금지'가 최상의 시나리오…어떤 결과든 장기전 확실
- 박재하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2022년 2월 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양측 간 전쟁이 만 2년을 맞이한다.
압도적인 전력차를 극복하며 침공을 막아낸 우크라이나의 저력으로 러시아와 공수가 뒤집혔지만, 지난해 6월 시작된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좌절되면서 또다시 상황이 역전됐다.
우크라이나의 든든한 우방이 돼주던 미국과 서방의 지원 의지도 흔들리고 있고,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로 국제사회의 관심도 식어가는 암울한 상황이다.
2024년이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에 가장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의 운명이 미국과 유럽의 선택에 달렸다고 경고한다.
◇반격 실패로 또다시 공수 뒤바뀐 러-우
러시아는 20만명의 병력을 투입하며 여러 방면에서 빠르게 키이우까지 진격했지만 우크라이나는 오히려 러시아를 끈질기게 막아내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결국 러시아는 키이우 점령을 포기하며 동부로 후퇴했고, 우크라이나는 2022년 9월 서방의 지원을 앞세워 하르키우와 헤르손을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러시아는 이내 방어태세에 돌입했고 양측은 동부 전선에서 참호전을 치르면서 교착 상태에 빠졌다.
이 틈을 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를 몰아내기 위한 대반격 준비에 나섰고, 자존심을 구긴 러시아는 민간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을 끌어들이며 동부 최격전지 바흐무트를 점령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이후 야심차게 시작된 우크라이나의 반격은 러시아군의 견고한 방어선과 물량공세에 막혀 고전을 거듭했다.
이처럼 우크라이나가 반격의 모멘텀을 잃어버린 사이 러시아는 지난해 말부터 다시 공세를 강화하며 진격했고 급기야 지난 17일 동부 최전선 도시 아우디이우카를 점령했다.
지난 2년간 기적적으로 전쟁을 치르며 지칠 대로 지친 우크라이나는 탄약은 물론 인력 부족에 시달리면서 공은 다시 러시아로 넘어가고 말았다.
◇서방에 번진 '전쟁 피로'에 웃는 푸틴
'반(反)러시아'로 뭉치며 우크라이나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던 서방의 지원 의지도 흔들리고 있다.
가장 강력한 지원국인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김에 따른 공화당의 반대와 가자지구 전쟁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유럽연합(EU) 역시 내부 갈등으로 우크라이나에 추가 예산을 투입하는 방안을 두고 홍역을 치렀고 100만 발의 포탄을 전달하겠다는 약속도 수개월째 연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에서는 반격 실패와 관련한 지도부 간 불화와 권력 다툼으로 전시에 군 사령관이 해임되는 사태도 일어났다.
이처럼 우크라이나가 위기에 빠진 사이 러시아는 국제사회의 제재를 회피하며 경제적 타격을 줄였고 이란과 북한 등으로부터 부족한 무기고를 채우고 있다.
'세계적 왕따'로 전락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남반구 국가들을 주축으로 한 '글로벌사우스'와 중국과 밀착하며 반서방 진영을 구축해 돌파구를 찾았다.
이런 가운데 푸틴 대통령의 권력 기반은 그 어느 때보다 공고해지면서 오는 3월 대통령 선거는 사실상 장기집권을 위한 대관식이 될 전망이다.
가장 큰 이변이었던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반란도 무위에 그쳤고, 최대 정적인 알렉세이 나발니도 의문스럽게 세상을 떴다.
또 푸틴 대통령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미국을 향해 "러시아와 협상하는 것이 더 낫지 않겠냐"라고 말하면서 자신만만한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우크라이나의 운명은 미국과 유럽의 손에
이처럼 전황이 러시아에 유리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완전한 승리'보다 '종전 협상에서 유리한 지점 확보'로 전략을 수정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점령당한 자국 영토를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우크라이나는 이런 평화 협정에는 전적으로 반대한다. 다만 현시점에서는 우크라이나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결국 전쟁의 향방은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의 지원 의지에 달렸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미 싱크탱크 랜드(RAND)연구소의 라파엘 코언 선임연구원은 "이 전쟁은 미국 대선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원조 유지 여부에 달렸다"라며 "이 전쟁에서 패배는 워싱턴DC에서 결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카네기 국제평화기금의 유진 루머 이사도 "서방의 군사 지원 없이는 우크라이나가 2025년에 러시아 점령지를 탈환하기 위한 대규모 작전을 성공적으로 재개할 가능성은 낙관적이지 않다"라고 짚었다.
◇우크라이나의 최상·최악 시나리오
유럽외교협회(ECFR)는 우크라이나를 위한 최상의 시나리오는 여러 주에서 대선 출마 자격이 박탈될 위기에 처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출마가 불허되고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이던 미국 여론이 환기되는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이후 미국 하원에서 계류된 600억 달러(약 80조 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안이 통과되고 향후 유럽도 무기 생산에 박차를 가하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밀어낼 수 있을 정도로 무장시키는 것이다.
만약 이렇게 되면 우크라이나는 2025년까지 모든 점령지를 탈환하고 러시아와 유리한 조건에서 협상을 이끌어내 종전을 선언할 수 있게 된다.
반대로 ECFR은 최악의 시나리오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을 꼽았다.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 최대 지원국인 미국이 등을 돌리고 유럽도 우크라이나의 무기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는 연쇄작용이 일어나 우크라이나가 방어에 일관해야 하는 셈이다.
이후 유럽 역시 자국 안보를 위해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줄이고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 우크라이나가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게 되는 상황이 다가올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우크라이나의 패배는 유럽 전체를 전쟁으로 몰고 가는 '재앙적 시나리오'라는 경고도 나온다.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는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이후) 폴란드를 시작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로 눈을 돌릴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이는 전혀 억지스러운 예측이 아니며 불가피한 결과도 아니다"라고 전했다.
독일 국방부 역시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원이 부진한 틈을 타 러시아가 올봄 대규모 공세를 펼쳐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승리한 뒤 10년 이내에 나토와 전쟁을 벌일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한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그 어떤 시나리오든 결국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올해는 물론 내년 이후로도 소모전을 펼치며 양측 모두에서 큰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전쟁이 장기전 양상으로 흐를 것은 분명하다.
jaeha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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