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외무 "러, 북한 포탄으로 탄약수량 우위"…서방 추가지원 호소
쿨레바 장관, 독일 빌트 인터뷰 "북한이 더 효과적인 파트너 같아"
"우크라, 전방에 충분한 포탄 없어…탄약생산 두고 상호비난 멈춰야"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이 2년 가까이 이어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탄약이 바닥난 상황에서 러시아가 최근 북한의 포탄 지원으로 탄약 수량에서 우위를 점했다며 서방의 추가 무기 지원을 호소했다.
쿨레바 장관은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진행된 독일 일간지 빌트와의 인터뷰에서 "우스꽝스럽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공급하는 우리의 친구들(서방)보다 북한이 러시아에 더 효과적인 파트너인 것 같다"고 말했다.
쿨레바 장관은 이어 "우크라이나는 탄약 생산량을 크게 늘렸고 앞으로도 계속 늘리겠지만 우리를 돕는 서방국들의 방산업계가 충분한 양의 포탄을 생산할 수 없다는 점을 여전히 목도하고 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우리는 우리가 받는 모든 지원에 감사하지만, 전쟁의 규모는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며 "충분한 포탄이 없는 상태에서 전선을 방어하다 보니 많은 우크라이나 군인이 목숨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쿨레바 장관은 서방국들을 상대로 탄약 생산을 충분히 늘리지 못한 데 대해 서로를 비난하는 짓은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구체적인 결정을 내릴 때 우리의 파트너국들이 때때로 끝없는 토론에 빠지는 것을 본다"면서 "그렇다고 물에 빠져 죽을 수는 없으니 헤엄쳐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 군 당국은 지난해 7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방북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를 만났을 때를 전후해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과 미사일 등 각종 무기를 전달한 것으로 판단한다.
특히 김 총비서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개최한 양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의 대러 군수품 공급이 지속됐으며,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북한이 러시아의 위성발사 기술을 획득해 지난달 군사 정찰위성 발사 때 이를 활용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 4일 미국 백악관은 지난해 12월30일과 올해 1월2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격에 사거리 900㎞짜리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사용했다고 확인해 줬다. 이튿날 우크라이나 대통령실도 러시아가 북한제 미사일과 이란산 드론으로 자국을 공격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러시아·북한·이란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다.
반면 서방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3월 각종 재래식 무기에 널리 쓰이는 155㎜ 포탄 100만발을 12개월에 걸쳐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위해 유럽방위청(EDA)은 우크라이나 포탄 지원을 위한 첫번째 공동구매 계약을 지난해 9월 체결했지만, 실제 인도된 물량은 30만발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은 지난달 600억달러(약 80조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 예산을 신청했으나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의 반대에 부딪혀 의회 승인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지난달 27일 2억5000만달러(약 3300억원) 규모의 탄약 지원을 끝으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이 중단된 상태다.
seongski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