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정의를"…우크라 영부인, 유엔서 러 유괴 아동 송환 촉구
우크라 아동 1만9000명 이상이 러시아·러 점령지로 끌려가
CPPCG '국가·민족 집단 파괴할 목적으로 아동 강제 이동시키면 집단학살'
-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올레나 젤렌스카 우크라이나 영부인이 유엔 총회 연설을 통해 러시아에 강제로 끌려간 자국 어린이들의 귀환을 도와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AFP통신에 따르면 지난 19일(현지시간) 연단에 선 젤렌스카 영부인은 1만9000명이 넘는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이 러시아로 강제 이송되거나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지역으로 끌려갔다고 말했다.
이렇게 끌려간 아동 중 고향으로 돌아온 아이는 지금까지 단 386명뿐이다. 러시아는 유괴한 아이들이 "더 이상 우크라이나인이 아닌 러시아인"이라고 세뇌해 우크라이나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말살하려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젤렌스카 영부인은 아이들은 러시아에서 "그들의 부모와 국가가 자신들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아무도 아이들을 기다리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아동 유괴를 "대량 학살"이라 칭하며 발언 수위를 높였다.
1948년 채택된 집단학살 방지와 처벌에 관한 협약(CPPCG) 제2조는 국가·민족·인종·종교 집단의 전부 또는 일부를 파괴할 목적으로 아동을 강제 이동시키는 행위를 집단학살로 간주한다.
그는 "우리는 아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시간이 흐르고 있다"며 "아이들이 어찌 되겠나"라고 물었다.
이어 "아이들은 우크라이나를 증오하도록 배웠으며 가족과의 관계는 전부 끊어졌다"고 덧붙였다. 그는 "명백한 대략 학살"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반면 러시아는 전쟁의 공포로부터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을 구해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국제형사재판소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아동을 불법 추방한 전쟁범죄 혐의를 적용해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아동 유괴 및 세뇌 교육에 가담한 것으로 파악된 마리아 리보바-벨로바 대통령 아동 권리 담당관에게도 체포 영장이 발부됐다.
젤렌스카 영부인에 따르면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500명 이상의 아동이 숨졌으며 수백 명이 불구가 되거나 다쳤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 군에 의한 성범죄 사건 약 230건을 조사 중인데, 이 중 아동 피해자는 13명이다. 피해자는 성별에 따라 여아 12명, 남아 1명이다. 가장 어린 피해자는 범죄 당시 4살에 불과했다.
젤렌스카는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을 구하기 위해 유엔 사무총장과 유엔 기구 전체에 도움을 요청한다"며 "러시아로 끌려간 아이들에 대한 정보를 받아 안전한 통로를 통해 아이들을 데리고 나올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우리 아이들에게는 정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안드리 코스틴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은 국제 사회가 세계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러시아와 성공적으로 조약을 중개해 곡물 수출이 이어진 것처럼,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의 송환을 촉진하기 위해서도 유사한 법적 체계를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코스틴 검찰총장은 흑해 곡물 협정 체결 당시 "세계는 매우 적극적으로 나섰다"며 강력히 협조를 요구했다.
realkwo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