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발생 9일째, 200시간 넘게 버틴 생존자 곳곳서 구조(종합)

현재 사망자 3만7700명…에르도안 "지금까지 8000명 구조"
구조 작업에서 건물 철거로 전환…생존자 발견 가능성 줄어들어

13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남동부 하타이 지역에서 구조된 남성이 치료를 받고 있다. 23.02.13 ⓒ AFP=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튀르키예(터키)·시리아 지진 발생 9일째.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사람이 생존할 수 있는 '골든타임'인 72시간을 한참 넘긴 시점이지만, 잔해 속에서 200시간을 넘게 버틴 이들이 곳곳에서 구조되며 한 줄기 희망이 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현지 국영 언론 TRT하베르와 CNN의 파트너 네트워크인 CNN 튀르크 등에 따르면 튀르키예 남부 카흐라만마라슈 지역에서 지진 발생 205시간 만에 건물 잔해에 깔린 35세 여성이 구조됐다.

튀르키예 남동부 하타이 지역에서 204시간 만에 생존자 1명이 발견됐으며, 마찬가지로 같은 지역에서 지진 발생 203시간이 흐른 시점에 한 여성이 구조됐다.

앞서 구조대는 카흐라만마라슈에서 지진 발생 198시간 만에 형제인 압둘바키 예니르와 무함메드 에네스 예니나르(17)를 구조하기도 했다. 같은 시간 아디야만시에서는 18세 소년 무함메드 카페르가 구조됐다.

현재 튀르키예와 시리아 전역에서 3만7700명이 넘는 사망자가 확인됐다. 튀르키예에서만 3만1974명, 시리아에서는 5814명이 숨졌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지난 6일 지진이 발생한 이후 현재까지 건물 잔해에서 약 8000명의 생존자를 구했다고 밝혔다.

지난 12일(현지시간) 규모 7.8의 지진이 강타한 튀르키예 카흐라만마라슈의 붕괴된 건물 잔해 사이에서 부서진 유모차가 보인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이처럼 곳곳에서는 기적 같은 생환 소식이 이어지고 있으나 인명 구조작업이 건물 철거 및 복구 작업으로 전환되기 시작하면서 생존자가 추가로 발견될 가능성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담당 사무차장은 지난 13일 시리아 알레포를 방문하며 "지진에 대한 구조 단계가 끝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순위가 주택, 식량, 교육, 심리사회적 돌봄으로 옮겨가고 있으며 유엔은 정부가 장악하고 있는 시리아 정부 지역에서 반군 장악 지역으로 원조를 수송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이터통신 역시 영상을 통해 하타이 지역에서 굴삭기가 심하게 손상된 건물을 무너뜨리는 작업에 돌입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하타이 안타키아시에서는 인부들도 콘크리트 건물을 해체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간 지원의 손길이 요원했던 시리아 반군 장악 지역에 대한 원조도 본격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튀르키예와 맞닿은 두 개의 국경을 추가로 개방하는 데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지진으로 튀르키예-시리아 국경 지대의 반군 장악 지역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지만, 정부와 대립하고 있는 반군 지역에는 원조가 전달되지 못했다. 시리아 정부와 척을 져온 서방은 튀르키예 측을 통해서만 원조를 전달하겠다는 뜻을 밝혀 왔는데, 튀르키예를 통한 원조가 이어질 수 있는 유일한 국경이 폐쇄되면서다.

유엔은 지진으로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약 900만 명의 시리아인이 피해를 입었다며 자금 지원을 호소했다. 유엔은 성명을 통해 "향후 3개월 동안 가장 시급한 인도주의적 필요에 대응하기 위해 3억9760만 달러(약 5050억원)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14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카흐라만마라슈 지역의 건물 잔해에서 구조팀이 구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3.02.14 ⓒ AFP=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지진으로 인한 튀르키예 측 피해액이 최대 841억 달러(약 107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튀르키예 기업 및 비즈니스 연맹은 보고서를 통해 주택 수리 708억 달러, 국민 소득 손실 104억 달러, 근무일 손실 29억 달러 등 총 841억 달러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지진 피해를 입은 튀르키예의 10개 주(州)에는 인구의 15%에 해당하는 1340만 명이 거주한다. 또한 이 지역의 국내총생산(GDP)은 10%에 달한다.

경제학자 및 튀르키예 정부 당국자들은 이번 지진으로 인해 올해 경제성장률이 2%포인트(p) 내린 3.5%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튀르키예의 지난해 경제성장률 예상치는 5%, 지진 발생 전에 예측한 올해 경제성장률은 5.5%였다.

yeseul@news1.kr